정부, 재정 투입 늘려 총력 대응
오렌지·바나나 직수입 싸게 공급
비상대책반 띄워 매일 모니터링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 물가는 20.0% 올라 3년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 중 신선과실이 41.2% 급등하며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사과는 1년 전보다 71.0% 급등하며 1월(56.8%)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집중 호우, 수확기 탄저병 발생 등으로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30% 급감한 탓이다. 사과는 검역 문제로 수입도 쉽지 않아 당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전망이다.
귤은 78.1% 올라 오름 폭이 가장 컸다. 1월(39.8%)에도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뛰었는데 '금값' 사과 탓에 귤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 밖에 복숭아(63.2%), 배(61.1%), 참외(37.4%), 딸기(23.3%) 등 다른 과일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과일, 채소 등 농산물 물가는 전년보다 20.9%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80%포인트 끌어올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1%)에서 농산물 물가를 제외하면 2%대 초반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정부는 과일 등을 중심으로 국민 체감물가를 낮추기 위해 전방위적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사과와 대파 등 13개 품목 납품단가 지원 예산을 15억원에서 204억원으로 대폭 확대해 유통업체의 판매가격 하락을 유도한다.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주요 먹거리 체감 가격도 낮춘다. 오렌지, 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수입 과일 3종(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도 적용한다. 또한 이날부터 비상수급안정대책반을 즉시 가동해 품목별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는 등 가격·수급관리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축산물 물가는 안정적이지만 농산물 물가는 지난해와 올해 초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과일과 시설채소 위주로 높은 상황"이라며 "참외가 본격 출하되는 4월까지 소비자 가격이 높은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전방위적 대책을 추진해 국민 체감물가를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과일 물가 안정에 효과적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사과 등의 국산 과일은 대체상품이 없다"며 "정부 대책이 수입산 과일 위주다 보니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