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출근·대면 업무보고 등
그룹 긴장감 인식…솔선수범 실천
비핵심 자산 팔기 등 정리 본격화
SK스퀘어 산하 11번가 매각 추진
SK그룹이 신발끈을 조이고, 머리띠를 고쳐 맸다.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단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최태원 회장의 사촌인 최창원 부회장에게 SK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 의장 지휘봉을 맡기면서다.
주말까지 반납한 최 의장 행보에 그룹 전반의 긴장감이 팽팽해졌다. 특히 수펙스는 그간 주도했던 그룹 투자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신중한 행보와 사업 재편에 착수한 상태다.
최 회장이 강조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가 사촌 최 의장 손에서 새롭게 써내려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이낸셜스토리는 그룹의 가치가 어떻게 커나갈 것이란 일종의 비전 로드맵이라 보면 쉽다. 그간 적극적 투자로 그룹 외형을 키웠다면 이제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 포트폴리오 정리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 회장은 파이낸셜 스토리의 후속으로 조직과 자산·설비투자·운영비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큰 방향을 천명한 바 있다. 실제로 SK그룹 계열사는 지난 5년간 100곳 가량 늘었고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전략·글로벌 위원회는 지난 17일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토요일이지만 수펙스추구협의회 및 각 계열사 임원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모여 경영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은 오전 7시 출근, 대면 업무보고 등으로 임원진들 중심으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그룹 전반으로 긴장감을 인식하고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앞서 최태원 회장 또한 올해를 '내실을 다질 해'라고 보고 '해현경장(거문고 줄을 다시 조이다)'의 자세를 주문한 바 있다.
특히 그룹 핵심 투자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를 주말에 열었다는 것도 의미가 깊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 및 인사 이후 신중한 행보가 예견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SK그룹은 첨단소재와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대 축을 기준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추진해왔다. 그에 따라 계열사도 불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는 2019년 111개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기준 212개로 집계됐다.
계열사마다 투자를 확장한 만큼 사업부문간 중복도 발생했다. 일각에선 '따로 또 같이'라는 계열사 독자경영 문화가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투자 과열이 일어났다는 지적도 나왔던 바 있다. 예를 들어 해외 광물 관련 사업은 SK E&S, SK에너지, SK네트웍스 등에서 모두 추진하고 있고, 친환경 사업도 SK지오센트릭의 소재 개발과 SK㈜의 지분투자가 중복되는 등이다.
이에 최태원 회장 주도로 수립했던 SK그룹 '파이낸셜 스토리'의 방향도 전환되고 있다. 그동안은 재무성과 뿐만 아니라 목표와 실행 계획을 담아 성장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자산 효율화 및 포트폴리오 조정을 중심으로 변모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도 최 회장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정비하라는 메시지를 냈다. 당시 최 회장은 "그동안 추진한 파이낸셜스토리에 향후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에 맞춰 설비 투자, 운영비용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에 최 의장은 신중한 투자와 더불어 비핵심 계열사 매각, 그룹사간 중복사업 정리 등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성과 지표를 판단해 과감한 사업 매각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8일 SK이노베이션은 기존에 추진하던 SK어스온 페루 LNG광구 매각에 결국 성공하며 "미래사업에 더욱 집중해 파이낸셜 스토리 추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SK네트웍스 산하 SK매직은 주방가전 영업권을 매각했고, SK스퀘어는 산하 온라인 유통 플랫폼인 11번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유망한 회사가 매물로 나오면 인수 후보자로 SK가 먼저 거론됐지만, 이제는 매물을 내놓을 회사로 SK를 꼽는다"며 "IB업계나 금융업권에서도 적극적인 사업 매각 및 재조정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