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간담회 열고 대책 논의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최근 중국 초저가 쇼핑몰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품질 제고와 고가 제품군 강화, 쇼핑 편의성 향상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계의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되는 점을 더욱 강화해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성장세는 갈수록 가파르다.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각각 560만9405명과 459만1049명으로 쇼핑 부문 4위와 6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다만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의 인기로 현재 국내 이커머스 오픈마켓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물론, 이들이 입점해 있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단 지적이 나온다. 가품 판매와 한국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쿠팡은 최근 쿠팡수입관의 취급 브랜드를 300여 개로 늘렸다. 지난해 6월 수입관을 개설한 이래 반년 만에 다수의 인기 브랜드를 확보한 셈이다. 쿠팡 수입관에 입점한 브랜드로는 영국 명품 도자기 브랜드 포트메리온을 비롯해 스탠리·그랜레스트·빅트랙·샤오미 등이 있다.
아울러 쿠팡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하는 등 력셔리 상품군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짝퉁' 이미지가 깊게 각인된 중국 저가 쇼핑몰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그간 취약점으로 꼽혔던 패션과 명품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물류 인프라 투자로 도서·산간 지역과 소도시까지 로켓배송 서비스를 확대한 것도 배송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G마켓은 유명 브랜드사와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강화해 상품 경쟁력과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LG전자와 협업해 선보이는 '예약설치' 서비스로, 상품 주문 시 희망하는 설치 일자를 지정해 구매하면 이후 제조사 알림톡과 설치 기사의 해피콜을 통해 최종 설치일자를 미리 설정할 수 있다.
또 G마켓은 가격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달 데일리 특가딜인 '슈퍼딜' 판매 관리 시스템을 개편하기도 했다. 판매자가 직접 등록 및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최저가 상품의 종류와 수 역시 대폭 확대됐다.
'위조품 필터링' 시스템을 통해 판매 부적합 상품 매매 사전 예방에도 나서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위조품이 유통될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 및 판매자 패턴을 파악해 하루 90만건 이상의 상품을 모니터링한다. 이외에도 감정 서비스를 통해 가품이 확인되면 제품가의 200%를 환불해주는 감정 서비스 '명품 직구'도 운영하고 있다. G마켓은 이러한 가품 예방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시켜 짝퉁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알리·테무와 차별성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SSG닷컴(쓱닷컴)은 명품·패션·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 유명 플랫폼을 연동해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전문관을 통해 특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회사의 강점인 명품 카테고리를 더욱 강화해, 중국발 초저가 플랫폼들의 공세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SSG닷컴 관계자는 "공산품 중심의 익일배송 서비스 '쓱1DAY배송'을 확대해 고객 만족도도 높일 계획이며, 그룹 관계사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한 시너지도 지속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중국 쇼핑몰들과 가격 경쟁으로 이기긴 어렵다"며 "이들이 여전히 가품이나 낮은 품질로 문제를 종종 일으키고 있는 만큼,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제품의 품질 검수 등을 강화하고 쇼핑의 편의성을 높이다 보면 중국 저가 쇼핑몰들의 공세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국 이커머스 국내 침투와 관련해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참석자는 쿠팡, 지마켓, 11번가, SSG닷컴(쓱닷컴), 네이버 등 이커머스 업계 실무진들과 한국유통학회 관계자들이다. 회의에선 국내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 강화 및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