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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상 판매가 도마위…식당 “인하해야” 주류업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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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승인 : 2024. 02. 01. 18:46

편의점·마트에선 판매가 낮춰
식당에선 "우리만 손해 볼 순 없어"
주류업계 "도매상 마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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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서울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시민들이 쇼핑하고 있다./제공=연합
주류 업계가 도매상에서 판매하는 제품가를 낮춰야 한다는 일부 식당의 목소리에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주류 도매상이 판매하는 제품 판매가를 대폭 낮추면, 식당에서 판매하는 제품가도 자연스럽게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자영업자의 입장이다. 반면 주류업계는 주류 도매상의 마진이 크지 않다며,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1일 서울 중구 소재 한 식당 관계자는 "주류 도매상에서 식당 공급가를 크게 낮추면 판매가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다른 식당에서도 대동소이한 입장을 내놨다.

통상적으로 주류 제품이 공장에서 출고되면 지역별 도매상을 거친 뒤 식당 등에 공급되기 때문에, 식당에선 섣불리 가격을 내리지 못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인건비, 임대료 등도 고려한 결과다.
자영업자의 소득이 감소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가 인하에 더욱 망설여진다. 지난해 10월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분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537만원으로 전년 대비 19.5% 줄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도 343만원으로 16.2%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주류 업계가 올해 소주 출고가를 일제히 인하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지난해 소주를 포함한 국산 증류주에 붙는 세금을 줄이는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한 후 업체들은 출고가를 내리며 정부 방침에 화답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참이슬·진로 출고가를 10.6% 내렸고, 롯데칠성음료도 처음처럼·새로 출고가를 각각 4.5%, 2.7% 인하했다. 국순당, 보해양조 등도 소주 및 증류주 등의 가격을 내렸다. 주류 도매상들도 일제히 가격을 내렸다.

그러나 주류업계는 주류 도매상들이 판매가를 낮추긴 어려운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가령 제조사가 소주를 도매상에 1000원에 판매하면 물류 수수료 정도의 마진을 붙여 식당 등에 판매하게 되는데, 해당 마진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도매상도 경쟁이 치열하다. 식당 등도 좀 더 저렴한 곳에서 제품을 받으려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비싸게 팔면 다른 도매상으로 옮긴다. 물론 100병을 판매하는 곳과 1000병을 판매하는 곳의 판매가는 같을 수 없지만, 일률적으로 도매상들이 판매가를 낮추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출고가 인하분이 작다보니 식당에선 판매가에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제조사의 입장에선 식당이 고객이라는 점도 있지만, 인건비, 임대료 등을 생각하면 외부에서 판매가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주류 가격의 경우 외부에서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보니 회사가 출고가를 내린 이후엔 식당이 자율적으로 내리는 것 말고는, 소비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시장에 개입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
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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