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이 선정한 외부업체 '무진', 공정성 '글쎄'
회장 후보 평가 5단계 중 3단계나 외부업체...회추위 역할 축소
지배구조 모범사례로 꼽힌 KB금융지주의 경우,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외부기관은 외부 후보자 추천이나 정보 제공, 평판 조회 등에만 국한했을 뿐 직접적인 회장 평가와 선정은 회추위가 담당했다. 회추위 사외이사는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대변하고 경영진을 견제·감독하기 때문에 사외이사 추천시 경영진도 배제된다. 또한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평가→심의→주주총회 절차를 거치면서 독립성은 물론 투명성 확보에 방점을 두고 있다. 자칫 외부기관에 맡길 경우, 투명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이번 DGB금융지주가 선임한 외부기관 중 한 곳으로 일각에선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과 친분이 있는 곳이라고 보고 있다. CEO후보자에 대한 행동면접 평가 등을 담당하게 된 '무진 어소시에츠'는 컨설팅과 명상 교육 업체로 김병전 대표가 이끌고 있다. 또 현재 회추위 위원장인 최용호 사외이사는 황병우 현 대구은행장의 논문 지도교수다. 현직 CEO와 연관이 깊은 회추위와 외부기관으로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아무리 경쟁력있는 외부 후보자가 와도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 쉽지 않은 구조다.
특히 황 행장은 김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내부에서 그는 '김태오 키즈(Kids)'로 통한다. 황 행장은 3년만에 상무에서 은행장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했는데 은행권에서 상무에서 은행장까지 3년만에 승진한 사례는 없었다. 업계에서 김 회장의 입맛에 맞는 황 행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려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차기 회장 후보 롱리스트를 선정하고, 이날부터 전문가 인터뷰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DGB금융지주의 회장 선정 과정은 총 다섯 단계로 나뉘었는데 회추위가 평가를 담당하는 단계는 2개에 불과하다. DGB금융은 회추위가 외부기관의 자료를 받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먼저 회추위에서 롱리스트들을 대상으로 1차 면접을 진행한 후, EY한영이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한다. EY한영은 앞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추진하면서 컨설팅을 받은 곳이다.
이후 3단계인 행동면접 평가와 인적성 검사는 '무진 어소시에츠'라는 외부전문기관이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곳은 HR컨설팅과 명상 교육을 하는 업체로, 김병전 대표가 이끌고 있다. 2018년 김 회장 취임 이후부터 '무진 어소시에츠'는 매년 DGB금융지주 컨설팅을 담당해오고 있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친분이 있는 업체를 섭외해 컨설팅과 경영 프로그램을 짜왔다고 보고 있다. 당시, 황 행장은 DG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함께 했다.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매년 해당 업체에 수억씩 컨설팅 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4단계는 사업계획과 비전발표로, 회추위가 담당한다. 마지막 단계인 1:1 멘토링 프로그램도 외부기관에서 평가를 담당하는데, 업체명은 비공개다. 통상 회추위원들은 금융지주 내 사외이사로서 선임 과정이나 절차, 배경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반면, 외부기관에 대한 선임 과정이나 배경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작년말 금감원이 발표한 '은행지주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보면, 면밀한 평가나 공정성을 위해 CEO 후보에 대한 평가주체를 다양화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외부전문가나 기관은 외부 후보군에 대한 정보를 회추위에 제공하는 것일 뿐 후보 평가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내부 후보자보다 외부 후보자에 대한 정보는 부족할 수 있으니 외부 기관에서 자료를 이사회에 제공하라는 것"이라면서도 "후보 평가를 외부에서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평가 자체는 회추위에서 하는 것이고 회추위에 선정 권한이 있는 것인데, 이를 외부에서 하는 건 맞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정한 KB금융지주 사례를 보면, 회추위가 후보자 평가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신한금융 또한 차기 회장 선정시, 외부 후보 추천만 외부기관으로부터 받을 뿐 후보자 평가나 검증은 모두 회추위가 한다.
한편, 현재 DGB금융의 회추위 멤버들에 대한 공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지난해 3월 DGB금융지주는 사외이사를 5명에서 7명으로 늘렸는데 1942년생인 최용호 회추위 위원장은 황 행장의 논문 지도교수다. 조강래 사외이사는 대구 경북고 출신으로 김 회장의 후배다. 회계사인 조동환 사외이사는 황 행장과 같은 성광고 출신이다. 사외이사와 외부기관 모두 현직 CEO와 연관이 깊은 곳으로 선임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이번 DG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DG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 관계자는 "회장 후보 평가기관으로 선임된 외부기관을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향후 CEO 선임 과정이나 절차, 후보군 등을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