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작가가 16화 이후의 드라마 전개에 분노를 표했다. 마치 웹소설 같다는 이유다.
최근 길승수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16화 양규의 전사 이후 원작 내용'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지난 13~14일 KBS '고려거란전쟁' 17~18화에서는 양규 장군 사망 이후 고려의 상황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 길 작가는 몇 가지 원작과 다른 점을 지목했다. 그에 앞서 "KBS 원작 계약은 '고려거란전쟁: 고려의 영웅들'뿐만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까지였다.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은 400페이지 정도로 KBS에 제공했으며, 양규 사망 후 전후복구 부분을 담은 내용"이라며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은 6월까지 원고를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 18회에서는 현종(김동준)이 강감찬(최수종)과 호족에 대한 대처를 두고 갈등을 빚다가 궁으로 돌아가던 중 낙마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 장면은 원작 내용 중에 없다고 지적됐다.
또한 원작에서는 현종이 나주에서 개경으로 돌아오는 중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다가 양규의 말을 듣고 '앞으로 한탄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을 위하겠다'며 각성한다. 동여진족이 배를 이용해 경주를 급습했을 때 현종은 강감찬을 경주로 급파하고, 강감찬은 동북면과 연관을 맺으며 군사 경력을 쌓는다. 채충순, 김은부 등 거란에 사신으로 가서 외교전을 벌인다. 현종의 지방제도 정비도 원작에 등장하지만, 드라마처럼 심한 갈등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고.
드라마를 본 시청자는 역사적인 기록에도 없는 부분이 드라마화되고, 길 작가의 블로그에 몇몇 장면이 원작과 다르게 흘러간 부분을 비판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길 작가는 해당 댓글에 일일이 "대본 작가가 자기 작품을 쓰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작가가 정신 차리기를 기원한다" 등 드라마에 대한 쓴소리를 남겼다.
그뿐만 아니라 길 작가는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현종)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면서 "대하사극이 아니라 웹소설 같았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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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태종 이방원'의 후속작으로 '고려거란전쟁'의 편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했을 때 극본은 당시 신인 작가가 맡았다고 언급됐다. 이때 길 작가는 원작자로서 자문으로도 KBS와 계약을 맺어 역사 강의를 담당했다. 이미 출간된 소설과 집필 중인 귀주대첩 부분까지는 위에서 언급된 대로 400페이지가량의 원고로 따로 제공하고, 계약에 포함되진 않았으나 따로 쓴 동명의 교양서를 제공해 자문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작가가 교체된 후 각색하는 과정에서 원작자의 자문 정도가 축소됐다. 원작자인 길 작가는 이미 드라마 방영 전부터 드라마가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를 필요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길 작가는 현재 작가가 원작을 각색한 것 자체만으로 분노하는 게 아니라, 원작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사적 해석을 자의적으로 바꾸거나, 대하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을 쓰고 있는 점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KBS ‘고려거란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다룬다. 18화에서는 2차 전쟁 후 지방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현종과 그에 반기를 든 신하들과의 대립이 그려지면서 드라마의 후반부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