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허술한 예산심사…최대 2년 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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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예산은 지자체가 쓰고 남은 돈인 순세계잉여금과 달리 '집행에 나서지도 않은 돈'이다. 이월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정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17일 민간연구단체인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도 결산액 기준 전북도청과 도내 14개 시·군청의 지방예산 이월액은 모두 2조3847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주시와 남원시 등 도내 지자체들이 이런저런 문제로 못쓰고 남긴 지방예산이 한 해 2조 원대에 달했다.
이는 전체 지방예산 26조6980억원 중 8.9%에 이른다.
전체 이월액 중 60%(1조4203억원) 가량을 명시이월액이 차지했다. 명시이월은 사업계획 부실이나 행정절차 지연 등의 문제로 아예 착수조차 못해 남아도는 예산을 이듬해 회계로 넘긴 사례를 일컫는다.
뒤이어 사업도중 설계변경이나 집단민원 등에 발목잡혀 다 쓰지못해 다음해로 넘겨버린 예산, 즉 사고이월액이 약 25%(5930억원)를 점유했다.
예산 이월은 세부적으로 지자체 의회가 승인하는 명시이월과 단체장 승인으로 끝나는 사고이월 등으로 나뉜다.
보고서는 지자체들이 불가피한 일 때문에 예산을 그해 쓰지 못한다고 간주하는 사고이월 대신, 의회 승인을 받는 명시이월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전북도청의 이월률은 1.4%에 그쳐 광역 지자체에선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우수 사례로 꼽혔다.
전주시청의 이월률은 14.9%에 달해 전국 상위 10대 시(市) 단위 지자체 명단에 8위로 이름을 올렸다. 문제의 이월액은 무려 4598억 원대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사고이월률 부문에선 남원시청(7.1%), 정읍시청(5.6%), 김제시청(3.8%)이 나란히 전국 상위 10대 지자체로 꼽혔다. 순위는 각각 1위, 2위, 8위를 차지했고 사고이월액은 약 950억(1748억원·이하 전체 이월액), 819억원(1869억원), 524억원(1823억원)에 달했다.
군(郡) 단위도 전국 상위 10대 사고이월률 지자체 중 3곳이 도내에서 나왔다. 부안군(6.1%), 고창군(5.1%), 진안군(4.8%)이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문제의 사고이월액은 각각 583억원(1086억원), 526억원(1724억원), 323억원(908억원)을 보였다.
연구진은 "올해 회계 결산에선 정부가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예산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이월률이 다소 줄 순 있다"면서도 "조사를 통해 지자체의 예산 이월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는 것이 광범위하게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지방의회 또한 명시이월 요구시 당초 사업계획 미비로 인한 이월의 경우 불용 처리하고 신규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