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탐정 '법의 사각지대'서 활동…수사 시너지 효과 장점
사생활 침해 등 우려도…온라인 '가짜뉴스' 심화할 가능성
|
'더 글로리' '모범택시' '국민사형투표'와 같이 사법기관이 아닌 이들이 범죄 피해자를 도와 피해를 앙갚음하는 내용의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실에서도 이른바 '탐정 유튜버'로 불리는 크리에이터들이 가해자의 신상을 온라인 상에 공개하는 등의 '사적제재'를 가하는 일에 통쾌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 힘입어 사설탐정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사설탐정은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를 민간 영역에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사설탐정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하고, 사생활 침해를 통한 2차 가해 및 가짜뉴스 확산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2020년 신용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국내에서도 '탐정' 명칭을 사용해 활동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탐정 업무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법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 출신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탐정업에 대한 국가자격제도 운영 및 불법행위 시 처벌규정 등을 담은 '탐정업 관리법'을 발의했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사설탐정은 법원의 재판 지연과 경찰의 수사 적체 등으로 법이 닿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를 담당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빠르게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통상 퇴직한 경찰 공무원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설탐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기관과의 시너지 효과 및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일선 변호사들도 수사와 재판 지연으로 사건이 제대로 처리가 안 된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돈을 들여서라도 사설탐정을 찾게 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변호사에게 수사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유리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라도 사설탐정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는 사건의 진위여부를 조속히 판단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전직 경찰관들의 경우 자신들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탐정 제도를 빨리 합법화시키고 싶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사설탐정의 활동반경이 넓어질 수록 사생활 침해 등 2차 가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특히 '탐정 유튜버'들이 사설탐정이라는 합법의 탈을 쓰고 사적 제재와 같은 무법 활동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실제 지난해 '탐정 유튜버'를 자처한 이들이 학교폭력 피해자인 표예림씨를 돕는다고 나섰다가 2차 가해가 극심해져 결국 표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고, 배우 고(故) 이선균씨의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씨의 모친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져나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아직 법령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기본적으로 '심부름 센터'라 불리는 곳을 탐정 사무소로 볼 수 있는데 실상은 대부분 인력 사무소에 불과하다"며 "현재 사설탐정의 경우 사람을 고용해 '뻗치기' 등 단순 업무밖에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 사적으로 돈을 더 받고 불법을 저지르는 탈법적인 행위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