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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여의도 문법을 파괴한 '파격 인사' 입니다. 사무총장은 최소한 재선 후반기, 대부분은 3선급 의원이 맡아왔기 때문입니다. 김기현 전 대표가 1기 지도부에서 '재선'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을 사무총장에 임명했을 때도 '이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는데, 초선을 사무총장에 낙점한거죠. 장 의원은 지난해 보궐선거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0.5선'인 만큼 그 파격의 폭이 더욱 큽니다.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자신에게 소신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무총장을 곁에 두려고 장 의원을 낙점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재선의원은 "장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 출범에 반대까진 아니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한 위원장이 소신있는 모습을 보고 선택한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장 의원은 원내대변인으로 윤재옥 원내지도부에서 활약했는데, 윤 원내대표가 한 위원장에게 추천했을 수도 있다"고 귀띔하더군요.
장 의원이 계파색이 옅은 점, 충청 지역구를 둔 점, 행정·사법·입법을 모두 경험한 점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장 사무총장을 소개하며 "장 의원은 행정, 사법, 입법을 모두 경험하셨고 국민 삶과 밀접한 연결이 있는 교육공무원까지 지내신 바 있다. 오랜시간 법관으로 지내며 법과 원칙에 대한 기준을 지켜오신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장 의원은 그동안 '판사 출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모두 합격한 인물입니다. 서울대 사범대학 불어불문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제35회)에 합격해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사법고시(제43회)에 붙었죠. 이후 인천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국회파견판사를 지냈고 2019년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충청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이어오다 21대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한 위원장과는 같은 서울대 출신 법조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삶의 궤적은 전혀 다릅니다.
장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기로 한 것 자체가 큰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장 의원은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나소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700여 표 차로 근소하게 앞서 당선됐기 때문이죠. 나 후보가 내년 총선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 의원도 지역 활동에 온 힘을 쏟아왔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사무총장을 맡았으니 스스로도 용기를 내 헌신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을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재무적인 부분은 물론 당 페이스북에 올리는 홍보 동영상까지도 최종적으로 사무총장이 보고받습니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사무총장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총선 실무를 도맡아 하는데다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 대표와 공관위의 가교 역할도 대대로 사무총장이 맡았고요. 한 위원장과 장 신임 사무총장이 앞으로 어떻게 합을 맞춰나갈 지, 건강한 토론으로 당을 이끌 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