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취재실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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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한 전 장관 곁에서 정무적 조언을 해주는 이들이 도대체 누구인지요. 국민의힘, 법무부, 여권 핵심 관계자 등에게 한 전 장관의 조언·보좌그룹이 누구인지 물어도 그 실체를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다들 궁금한데 포착이 안 된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대위원장님이 오시면 기존 당 대표 비서실처럼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실무진을 꾸려서 업무를 보좌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한 전 장관이 외부에서 인력을 더 데려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법무부에는 한 전 장관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권순정 기조실장이 당으로 오는 지 점검해봤는데, 법무부 관계자는 "그대로 계신다"고 하더군요.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는 "정치권의 시각으로 볼 때 한 전 장관은 의외로 많이 어린 편이다. 국무위원들 중에서도 막내였지 않나"고 귀띔했습니다. 그는 "스스로의 교양이 말과 글에서 나타난 것일 수 있다"면서도 "루쉰 같은 책은 정치권 어르신들이 읽던 장르(?)가 아니다.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책과 글을 술술 인용하는 것을 보면 젊은 감각을 갖춘 도와주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그 정체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여권 관계자는 "한 전 장관이 정무 조언을 따로 구할 것 같진 않다"고 하더군요. 이 관계자는 "여권 내에서 한 전 장관에게 줄을 좀 대보려고 했던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차기권력이니 얼마나 궁금하겠느냐. 근데 성공한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에게 '혹시 정치인에게 보좌그룹이 없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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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장관이 높은 지지율과 인기를 누리는 데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의 탁월함을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신언서판은 당나라에서 인재를 선택할 때 표준으로 삼던 기준입니다. 주로 용모, 말솜씨, 글, 판단력을 이야기하죠.
최근 출간된 '73년생 한동훈'을 쓴 심규진 교수(스페인 IE대학교)는 한 전 장관에 대해 "검사라기보다는 엘리트 직장인 같은 느낌, 매우 세련되고 쿨하고 당당한 답변 태도"로 평가 하더군요.
온라인에서 그동안 회자됐던 한 전 장관의 인용구도 꽤 많습니다.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기기도 했고요. 고전부터 현대소설, 철학자, 정치인, 경제인의 발언을 적재적소에 인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1961년 쿠바 사태 당시에 전직 대통령이었던 아이젠하워가 케네디에게 이런 조언을 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일에 착수할 때에는 한 가지만 하시면 됩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겁니다.'"(지난 7월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상식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지난 5월 신임검사 임관식,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
"세상은 원자와 빈 공간뿐, 나머지는 의견이다."(지난해 5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 적은 좌우명,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가면 길이 되는 거죠. 그리고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 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지난 19일 국회서 '정치경험 없다는 비판'에 대한 답변, 중국 근현대 문호 루쉰 단편소설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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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2아웃에 2스트라이크 상황이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상식 있는 동료 시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같이 만들고 같이 가겠다. 국민의 상식과 국민의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갖고 앞장서려고 한다. 그 나침반만으로는 그 길 곳곳에 있을 사막이나 골짜기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지지해주시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해주시는 다양한 의견에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 용기와 헌신으로 해내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9회말 2아웃에 2스트라이크란 말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혁신위원회 조기해산 △총선 110여 일 남기고 서울 6석 보고서 유출까지 최근 국민의힘이 겪은 위기가 확 다가오더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삐-소리 후에 소리샘으로...' 한 전 장관은 지난 21일 비대위원장직 수락 후 22~23일 휴대전화를 끄고 숙고 중입니다. 당무 파악, 10~12명의 비대위원 구성 등을 고심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 전 장관이 다음주 국회에 오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취재 실패기를 다시 쓰게 될까봐 두렵지만, 어쨋든 메리크리스마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