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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속도전] 시작된 HVDC 사업…한전 전력연구원, 실증시험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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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림 기자

승인 : 2023. 11. 29. 17:52

[신재생E 데뷔, 진땀나는 전력망]
울진 신한울3·4호기서 수도권 잇는 HVDC
전력연구원, 고창시험센터서 실증시험中
국제인증기관으로 지정…시간·경제 절감
HVDC 케이블 실증 막바지…준공 가능성↑
<편집자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주목받으면서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중립 정책 이행과 동시에 에너지 자립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합을 맞춰야 하는 중요한 시설이 있다. 바로 생산된 전력을 필요한 곳에 보내는 '전력망'이다. 전력망 구축과 신재생에너지 확충 속도를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 속도를 전력망 구축 속도가 못 따라가면서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출력제어수는 총 136회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아시아투데이에서는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새로운 전력망 기술을 집중 조명해 본다.

시험장 외부 전경
22일 찾은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 내 HVDC 케이블 실증시험장./한전 전력연구원
고창/아시아투데이 장예림 기자 = 오는 2042년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총 710만㎡ 규모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굵직한 반도체 기업들이 조성한다.

이곳이 무사히 작동하려면 수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은 필요한 전력을 끌어오는 'HVDC(초고압직류송전) 케이블 실증시험'을 수행 중이다. 연구원 측은 HVDC를 비롯한 국내 전력산업 및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핵심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다.

22일 찾은 한국전력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서는 총 31개 시험장에서 각기 다른 전력기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22만평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에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HVDC(초고압직류송전) 케이블 실증시험 등이 수행 중이다.

2021년 준공된 HVDC 실증시험장은 총 180억원을 들여 지상 2층·지하 1층으로 구축했다. 주요 설비로는 △1800㎸ HVDC 내전압기 △1400㎸ HVDC 내전압기 △4000㎸ 충격전압 발생기 △5㎸ 직류 및 6kA 교류 전류원이 있다. 또한 HVDC 케이블 2회로 동시 시험을 위해 차폐설비를 국내 최초 도입했다.
DC 전압원(1800kV)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 내 HVDC 케이블 실증시험장에 있는 1800㎸ HVDC 내전압기/한전 전력연구원
이 실험장이 특별한 이유는 국제공인시험기관이기 때문이다. 과거 케이블 제작사 등 전력기술 분야 사업자들이 새로 개발한 전력기술 인증을 받으려면 네덜란드의 DNV시험소로 선박을 통해 설비를 보낸 후 시험을 마치고 국내에 다시 들여와야 했다. 여기서만 최소 1년이 소요됐지만 이제 이곳에서 CESI KEMA 랩스(Labs)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박흥석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개발한 전력기술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CESI KEMA 인증이 필요했다. 국내 케이블을 만들어 배에다가 실어서 한달 동안 이동한 다음, 그곳에서 실증시험을 하고 다시 가지고 와야 했다"며 "그러나 이제 이곳 고창에서 실증시험을 하더라도 인증서가 나오게 되면서 시간·경제적으로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전력연구원은 이곳에서 국내 전선사의 △±500㎸급(5건) △±320㎸(1건) HVDC 케이블 인증시험을 수행했다. 또한 HVDC 케이블 개발·진단·운영·신뢰성평가 기술을 연구중이며, 특히 북당진~고덕 ±500㎸ HVDC 케이블 진단기술은 세계 최초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에서 실증을 통한 개발로 실제 선로에 적용됐다.

해외에서는 미국 전력연구기관인 EPRI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9월에는 초고압 전력기기 신뢰성 시험을 위한 HVDC 애자 누설전류센서 실증 및 765㎸ 개폐임펄스 절연거리 검증연구, 고장점 탐지 기술 등 3건의 공동연구협약을 체결했다.

DC 전압원(1400kV)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 내 위치한 HVDC 케이블 실증시험장에 있는 1400㎸ HVDC 내전압기./한전 전력연구원
이날 방문한 시험장에서는 동해안 HVDC에 들어갈 케이블 실증시험을 진행중이었다. 직경 14㎝의 굵직한 케이블을 갖고 정전압·과전압 등을 시험해 보는 타입테스트(설계수명 테스트)와 PQ테스트(장기과통전시험)를 하고 있었다.

처음 들어서면 보이는 설비는 1800㎸ HVDC 내전압기다. 이 설비는 1800㎸에 달하는 전압을 쐈을 때 케이블이 버틸 수 있는지를 시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1400㎸ HVDC 내전압기는 전압을 1400㎸로 쏘는 설비다. 다만 규격 전압이 각각 1400㎸와 1800㎸인 것으로, 실제로는 725㎸와 925㎸ 전압을 1년 동안 꾸준히 쏘고 있다.

내전압기가 일정한 전압을 지속적으로 주는 '정전압' 설비라면, 이와 반대로 순간적으로 강한 전압(과전압)을 쏘는 설비도 있다. 바로 4000㎸ 충격전압 발생기다. 설비 뒤에 있는 변압기에서 전압을 인가하면 전압이 4000㎸까지 치솟는다. 맨 위에 있는 동그란 곳에서 전압이 떨어지는 구조다.

박 선임연구원은 "내전압기가 1년 동안 전압을 꾸준히 쭉 걸고 있는 설비라면, 충격전압 발생기는 한 번에 충격전압을 강하게 주는 설비다"며 "충격전압 발생기는 일상적으로 낙뢰를 맞을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이 있기 때문에 그 상황을 가정해 큰 전압을 걸어주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곳의 시험설비들은 원하는 위치에서 실증시험이 가능하게끔 이동이 가능한 에어쿠션을 넣었다.

충격전압발생장치(4MV)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 내 HVDC 케이블 실증시험장에 있는 4000㎸ HVDC 충격전압발생기./한전 전력연구원
현재 동해안 HVDC 케이블 타입테스트를 통과한 곳은 대한전선과 LS전선으로, 내달부터 PQ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동해안 HVDC 송전선로 사업에 두 회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해안 HVDC 송전선로 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전력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보내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전력망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 송전선로가 없으면 전력을 생산해도 전력을 수요처에 보낼 수 없다. 수요처에는 미래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포함돼 있다.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선로는 동쪽 끝엔 신한울 3·4호기가, 서쪽 끝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을 잇는 전력선은 HVDC다.

2008년 수립된 사업이지만, 밀양송전탑 사태 이후 주민수용성 확보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후 2016년 DC 송전으로 수정돼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인허가를 받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달 23일 송전선 1호탑이 준공됐으며 2026년 완공이 목표다.

박 선임연구원은 "현재 전력연구원은 국내 계획 중인 주요 HVDC 사업의 주요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구축 및 동해안-수도권 연계 등 국내 전력산업 및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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