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6' 퇴출…대체 절연매질 개발
2025년부터 100% EGIS 전환
이동형 변전소 개발도 완료
신재생 수용성 확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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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찾은 한국전력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서는 송·변전 분야의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하는 혁신 행보가 이어지고 있었다. 총 345억원을 들여 지상 3층·지하 1층 연면적 4772㎡ 규모로 구축한 '변전설비 종합 실증시험장'은 전력망 부문에서 가장 일상생활에 밀접한 분야를 맡고 있다.
발전소에서 전기가 생산되고 나면 전기를 우리 일상으로 끌어온다. 이동(송전)할 때 갓 생산된 고압의 전기를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저압의 전기로 바꿔야 하는데, 이를 '변전'이라고 한다. 통상 765㎸에서 22.9㎸까지 전압을 낮춰주는 곳이 변전소다. 변전소에는 변압기, 개폐장치 등이 있다.
변전설비 종합 실증시험장에서는 변전기기에 친환경·디지털 기술을 입히고 있다.
우선 전력연구원은 가스절연 개폐장치 내 절연매질을 친환경 가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스절연 개폐장치 내에서 발생하는 아크(전기불꽃)를 소화시킬 때 SF6라는 절연매질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51만톤에 달하면서 온실가스 저감 필요성이 제기됐다. 송·변전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중은 전체 배출량의 49%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민혜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SF6는 절연 성능이 매우 높아서 이를 대체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정말 어려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LS, 현대, 효성 등과 함께 이를 대체할 친환경 가스 적용 기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170㎸ 친환경 개폐장치(EGIS) 실증 연구는 △LS일렉트릭 △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일진전기 등 4개 사가 추진 중으로, LS·현대·효성 등 3개 사는 개발 및 실증실험을 완료했다. 일진전기는 내년 상반기 실증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전은 이달부터 LS일렉트릭과 현대일렉트릭이 개발한 친환경 가스 적용 기기를 신규 변전소에 도입한다. 향후 2024년까지 신규 변전소의 50%를 친환경 가스를 적용한 변전소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5년부터는 신규 변전소 100%를 EGIS로 설치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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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모듈러 변전소도 친환경을 꾀했다. EGIS는 물론, 식물유 고효율 변압기 등 친환경 절연매질을 활용했다. 또한 자동화 운영시스템을 기본 탐재해 O&M 효율을 강화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보통 변전소를 설치하는데 5~6년씩 걸린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부지 확보도 필요하다"며 "그러나 모듈러 변전소를 개발하면서 10개월 이내에 어느 위치에나 컴팩트하게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국가적으로 큰 행사가 있거나 신재생에너지 문제로 전력계통 민원이 들어오면 바로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력연구원은 154㎸ 친환경 가스변압기도 개발에 착수했다. 가스절연 변압기는 GIS 외에 변전소에서 사용되는 SF6 전력기기로 지하변전소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따라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2027년까지 친환경 절연가스를 적용한 가스변압기를 개발하겠다는 복안이다. 154㎸ 친환경 가스변압기는 기존 변압기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의 96%를 감축할 수 있다.
박 선임연구원은 "변전설비 실증시험장을 신기술·신기기 실증의 장으로 활용함으로써 우리나라 변전기술의 신뢰도와 품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전기기 제조사, 학계 및 연구기관과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신기술 개발과 획기적인 고객서비스 창출을 이끌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