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ELS상품 이해시켰는지 불완전판매 들여다볼 것"
은행권에서 판매한 홍콩 H지수 ELS 물량 잔액은 20조5000억원 수준으로, 이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8조원이 넘는다. 금감원은 이번 은행들에 대한 조사에서 '불완전판매'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ELS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데다가 상품 구조도 복잡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H지수는 은행들이 주도적으로 ELS상품을 판매할 당시(2021년)보다 현재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당 상품에 대한 손실은 이미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고령자가 금융이해도가 낮은 고객들에게 ELS상품에 대한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잘 알렸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주요 시중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H지수 관련 ELS 손실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이 다음달초까지 현장조사를 받을 예정이고, 다른 은행들은 ELS 현황 및 대응 전략을 금감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의 H지수 연계 ELS잔액은 14조5664억원(8월말 기준)에 달한다. 은행권 중에선 KB국민은행이 7조84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은행이 2조1310억원, 신한은행이 2조3701억원, 하나은행이 2조1782억원, 우리은행이 413억원을 보유 중이다.
당장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ELS물량은 8조원 수준인데, 이중 KB국민은행 물량은 5조5000억원이다. KB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잔액을 보유하기도 했지만, 이 은행이 판매한 상품 대부분이 녹인(Knock-in, 원금손실) ELS라는 점이 문제다. 홍콩 H지수, 즉 기초자산 가격이 50% 이상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자는 물론 원금도 받지 못하는 구조인데, 현재 H지수가 가입 당시보다 절반 아래로 하락한데다가 만기까지 70% 수준으로 회복해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다만 노녹인형 ELS도 만기까지 주가지수가 65% 올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 업계선 H지수가 만기 시점인 내년 상반기까지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만큼 녹인형과 노녹인형 모두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경기침체 회복세가 불투명해지면서 중국의 상장기업들로 구성된 H지수의 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워져서다.
실제 홍콩 H지수는 2021년 2월 17일 1만2228.63에서 지난해 10월말에는 4938.56까지 떨어졌었다. 이달 24일 기준 6041.15로 반등했지만 2년전과 비교하면 50%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금감원이 KB국민은행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은행권 중에서 가장 많은 녹인형 ELS 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이에 대한 위험손실 가능성을 잘 설명하고 이해시켜줬느냐가 쟁점이다. ELS는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고위험상품으로 예금자보호대상도 아니다. 또한 손익발생조건이 까다롭고 연계한 기초자산을 이해하야 하는 등 해당 상품의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상품 관련 민원을 제기한 72세 A씨는 고령층인데다가 ELS 구조를 알지 못했는데도 B은행으로부터 '정기예금보다 수익이 높다'며 H지수 연계 ELS를 추천받았다. A씨는 ELS의 상품 특성이나 리스크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은 물론 투자자정보확인서 등의 서류를 받지 못했다. 특히 가입한 상품에 대한 전화설명 시간도 20분 정도로 ELS상품 구조를 설명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는 민원이었다.
금감원은 앞서 해당 상품의 손실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당장 점검에 나서지는 않겠다고 밝혔었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ELS상품 대부분에서 녹인이 발생했지만, 만기가 남은만큼 '원금 손실 확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ELS상품 관련 불완전판매 내용으로 민원이 계속 제기되면서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상품을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잘 설명을 했는지, 또 녹취를 했어도 손실에 대한 이해를 시켰는지 등을 파악하는게 관건"이라며 "앞으로 손실 확정시점까지 불완전판매 민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