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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ESG 열풍은 가히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올해를 'ESG 재도약의 해'로 삼았다.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ESG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건설업도 예외가 아니다. 건설사들이 ESG 경영을 실천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게 방증이다.
대형 건설기업의 ESG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 대응 활동 및 친환경 사업 추진 △협력사 상생 활동과 근로자를 위한 안전 강화 노력 △지역사회 가치 창출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 등 ESG 경영을 위해 이미 많은 활동을 활발히 추진·실행하고 있다. 멋지게 꾸며진 보고서를 보면 해당 기업에 대한 자부심마저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건설업과 ESG,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최근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내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해당 시공사뿐 아니라 건설업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작년 외벽 붕괴 사고에 이어 올해에도 또 다시 발생하지 말아야 할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전국 91개 공공 아파트 중 20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건설사고는 ESG 경영이 제대로 되고 있었다면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아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면, 책임감 있는 공급망 관리를 했다면, 작업자와 입주자와 시민의 안전을 생각했다면, 기상 이변에 대응할 수 있는 건물을 짓고자 했다면,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권리를 생각했다면, 과연 이러한 사고는 발생할 수 있었을까.
사고 원인을 조사한 정부는 그 원인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표명했다. 누구 하나 본인의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SG 경영을 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기업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ESG의 기본은 준법(compliance) 경영이다.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약속을 지키고,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않고서는 ESG 경영을 논할 수 없다. 기초공사 없이 건물을 올릴 수 없듯, 준법경영 없이 논의되는 ESG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ESG 경영의 시작은 어렵지 않다. 우리에게는 마땅히 지켜야 할 법과 규정이 있다. ESG 경영을 실천하려면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각자의 기업이 이미 갖고 있는 행동 강령을 되새겨보자.
건설업과 ESG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건설산업에 ESG가 필요하다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또 ESG에 대한 적은 노력도 건설업에 큰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건설사의 ESG 보고서가 단지 그럴듯해 보이는 홍보자료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본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자. 그리하면 건설업계 내 ESG 경영문화 정착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