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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첸코리아 용수스님 “티베트불교 족첸, 선불교 본래성불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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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3. 07. 31. 10:25

불교 처음 접하고 확신 얻어...닝마파 승려로 출가
"밀교는 행복 찾는 게 아닌 행복한 나를 발견하는 것"
용수 스님 인터뷰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 세첸코리아 법당서 포즈를 취하는 용수스님. 티베트불교 4대 종파 중 하나인 닝마파 수행자다. 법당은 중앙에 석가모니불을 안치하고 좌로 관세음보살, 우로 닝마파 조사인 파드마삼바바를 모셨다./송의주 기자songuijoo@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 신자에서 티베트불교 승려로 변신한 사람이 있다. 바로 세첸코리아 대표 용수스님(54)이다.

용수스님은 아홉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가서 독실한 몰몬교도로 살았다. 불교도가 된 것은 유타주립대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다가 2001년 유타를 방문한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듣고 나서다. 이후 용수스님은 네팔서 은사인 페마 왕겔 린포체(티베트 고승)를 만나 계를 받고 본격적인 출가 수행의 길을 걷는다. 페마 왕겔 린포체는 티베트 불교 4대 종파(겔룩파·까규파·닝마파·샤카파) 중 하나인 닝마파 승려로 닝마파 내 세첸 법맥(法脈)의 계승자다. 용수스님이 다시 한국에 돌아온 것은 2007년으로, 그는 현재 티베트불교를 알리는 '세첸코리아'를 결성해 유명 린포체 초청 및 저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 세첸코리아 법당에서 만난 용수스님은 불교를 접하는 첫 순간부터 확신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밀교(密敎·드러난 가르침이 아닌 스승과 제자로 전해지는 가르침, 티베트불교는 밀교가 중심이 된다)와 선(禪)불교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복을 밖에서 찾기보다 '있는 그대로 행복한 본성'을 발견하는데 힘쓰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용수스님과 나눈 대화다.

-세첸코리아가 계승하는 닝마파 세첸 법맥에 대해 알려달라.

"세첸 법맥은 닝마파의 주 법맥 중 하나로 동티베트 세천사원에서 비롯됐다. 수행법에 있어서는 다른 닝마파 법맥과 큰 차이가 없다. 티베트 땅이 워낙 크고 교류가 쉽지 않다보니 지역별 전통이 생긴 것뿐이다. 굳이 세첸 법맥의 특징을 찾는다면 현재 닝마파 스승들의 스승이자 달라이라마의 스승이었던 딜고 켄체 린포체의 법맥이란 점이다."
-프랑스 티베트 사원에서 무문관(폐관 집중수행) 수행을 한 걸로 아는데.

"달라이라마 존자께 계를 받으려고 인도를 가던 중 은사 페마 왕겔 린포체를 만나게 돼서 계를 받게 됐다. 그러고 남프랑스 도르도뉴에 있는 은사스님의 무문관 센터에서 2003년 5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수행했다. 이곳에선 1000일 수행 기간 동안 모든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했다. 처음 예비수행인 닝마파 육가행으로 시작해 생기차제·원만차제·족첸 같은 본 수행을 밟았다. 15명이 같이 시작했지만 중간에 2명이 그만두고 13명이 끝까지 남았다. 같이 수행한 도반 중 승려는 3명 뿐이고 나머지는 재가자(在家者)였다. 이처럼 서양에서 하는 티베트불교 수행은 승려가 아닌 재가자가 중심이다. 재가자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밀교 수행을 배울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이 기간에 평소는 체험하기 어려운 (종교적)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별히 문을 걸어 잠그고 집중 수행하는 장소란 점도 있었고, 그때는 젊고 초심이 있어서 열정적이었다."

-불교를 받아들이려면 윤회와 인과응보를 수용해야 하는데 서구 사람들이 쉽게 수용하는가.

"티베트인들은 윤회·인과를 믿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도 자비심을 잃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인이라고 해도 애초에 티베트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윤회·인과를 받아들이는 데 저항이 없다. 오히려 불교 문화권인 한국에서 가르칠 때 받아들일 수 있게 좀 더 단계를 두는 편이다. 우선 명상 같은 방편으로 일반인이 편하게 불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육도윤회·인과업보·사성제(四聖諦·석가모니가 가르친 고집멸도의 진리) 같은 깊이 있는 내용은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 가르친다."
용수 스님 인터뷰
석가모니 부처님 앞 법상에 앉은 용수스님. 세첸코리아 법당은 작은 규모지만 티베트 탱화 등으로 장엄하게 꾸며졌다./송의주 기자songuijoo@
-티베트불교는 선불교 중심의 한국불교와 같은 대승불교로 분류되면서도 밀교라는 점에서 다르다. 스님이 보는 밀교는?

"밀교는 뛰어난 방편(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비밀 밀(密)자를 쓰는데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숨어있는 실상을 드러내는 방편이란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어떻게 보면 선(禪)도 밀교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비밀 수행법이란 의미로 쓰인다. 옛날에는 정말 비밀스럽게 했지만 지금은 달라이라마 존자가 유튜브로 온라인 법문을 하고 관정(灌頂·스승과 제자 간 행하는 밀교 입문의식)을 주는 시대다. 그만큼 대중화됐다. 불교는 시대에 적응을 잘하는 종교 아니냐."

-밀교 수행이 왜 필요한가.

"밀교는 마음을 변화시키고 열리게 하는 빠른 방편이다. 일반인을 도인으로 바꾸는 게 밀교다. 초기불교는 사념처 등 깨달음의 원인을 다루니까 원인불교라고 한다. 반면, 티베트불교는 결과불교라고 한다. 결과는 성불이다. 불성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 부처라는 것,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거다. 이미 중생이 완성된 부처라는 선(禪)의 '본래성불(本來成佛)' 사상과 맞닿아 있다. 티베트불교는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닌 '행복한 본성과 함께 가는 길'이다. 티베트불교는 가려진 것을 벗기는 것이고, 초기불교는 씨앗을 심고 가꿔서 열매를 얻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재가불자들이 어떻게 밀교 수행을 접근해야 하나.

"스승과 인연이 제일 중요하다. 스승에게 받는 게 세 가지다. 가르침, 구전, 관정이다. 구전이란 스승이 경전과 조사의 가르침을 읽어 전해주는 것. 설명해 주는 가르침과 별개로 스승에게 구전을 받는 것은 그 자체로 가피가 있다고 티베트불교에선 본다. 진리의 화신이자 매개체인 스승이 중요한 게 티베트불교의 특징이다."

-닝마파 최고 가르침 족첸이 선(禪)과 일맥상통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화두선과 족첸은 본질적으로 같다. 족첸 또한 마음을 바로 보는 직지인심(直指人心) 법이다. 옛날에는 일대일로 했다. 조사선(祖師禪)과 유사하다. 다만 체험한 것을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마음의 본성에 대해 잘 설명했고, 수행법이 좀 더 구체적이다. 족첸 전통에서는 세가지 핵심요결이 있다. 본성(참나)을 알아보는 것. 본성에 일념하는 것, 본성에 대한 확신을 기르는 것. 본성에 대한 이해, 체험, 유지(의식이 본성 또는 유식학의 8식인 아뢰야식에 머무르는 것), 깨달음 단계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본성을 의도적으로 알아차리지만 나중에 자동으로 본성을 알아차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불교의 제일 중요한 가르침은 우리가 이 순간 부족함이 없고 충만하다는 것이다. (동화 '파랑새' 이야기처럼)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임으로 인해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미 당신은 사랑 그 자체다. 잘못 보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니 견해만 바꾸면 된다."

용수 스님 인터뷰
닝마파 최고 가르침 족첸과 선불교의 유사점을 설명하는 용수스님./송의주 기자songuijoo@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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