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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요즘 대세는 ‘촌캉스’

[기고]요즘 대세는 ‘촌캉스’

기사승인 2023. 07. 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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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돈-원장님-사진 (1)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요새 휴양을 뜻하는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에서 파생된 새로운 단어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시골 갬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 휴식을 즐기는 것을 '촌캉스'라고 한다.

우선 할머니가 버선발로 마중 나올 것 같은 시골집을 찾아가 짐을 푼다.

시티뷰, 오션뷰가 아닌, 논뷰, 밭뷰, 산뷰를 따져 고른 숙소다. 짐을 풀었으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밥을 먹을 수 있다. 서둘러 아궁이에 불을 때고 텃밭에서 먹을만한 채소를 따온다.

이때 옷차림은 일명 '몸빼'라고 불리는 화려한 무늬의 일바지와 고무신. 날이 덥다면 목에 수건을 둘러 땀을 닦고, 날이 춥다면 털고무신을 신고 누빔조끼를 입어야 '찐'이다.

은색 꽃무늬 소반을 펼치고 '스뎅' 그릇에 밥을 수북하게 담는다. 얼큰한 찌개와 반찬도 올리면 식사는 완성. 여유가 있다면 솥뚜껑에 삼겹살을 올려본다.

식사의 끝엔 대접 가득 보리차나 숭늉이 기다린다. 밤이 되면 마루에 앉아 옥수수나 밤, 고구마 같은 간식을 먹는다. 마당 한쪽에 모깃불을 놓고 '불멍', 마루에 누워 '별멍'을 하면 촌캉스 완성이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든 필자와 같은 세대에게는 별것 없는 시골 일상처럼 들리는 이 과정이 요새 MZ세대 사이에서는 휴가를 보내는 '핫'한 방법 중 하나란다.

SNS에 '#촌캉스'라고 검색하면 짧은 휴가 동안 즐기는 시골살이 모습들이 잔뜩 뜬다. 기성세대가 보기엔 재밌나 싶은 것들이 MZ세대에겐 힐링이고 놀이가 되나 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온종일 흙으로 된 바닥을 밟을 일이 없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오며 가며 잠깐이고, 자연 바람을 쐬는 건 살짝 열린 창문 앞에서가 전부다.

쉬려고 찾아가는 여행지는 숙소 예약부터 전쟁이고 맛집마다 긴 줄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 보니 코로나19가 물러간 자리엔 덩치를 잔뜩 키운 가격만 남았다.

거기에 최근 남들과는 다른 여행지를 가보고 SNS에 사진을 올려 나만의 멋을 드러내는 MZ세대의 특성이 맞물리면서 '촌캉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바캉스'하기에 시골만큼 좋은 곳도 없다. 도심에서 1시간이면 수많은 인파도, 복잡한 도로도 안녕이다.

사계절 내내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자연과 거기서 오는 제철 먹거리, 자극적이진 않지만 소소한 즐길거리들이 기다린다.

가만히 앉아서 자연을 바라보며 멍하니만 있어도 머리는 비워지고 몸은 이완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농촌 치유관광도 등장했다.

농촌 치유관광은 농촌에서 치유적 요소를 가진 자원들을 이용해 건강을 증진하는 형태의 관광을 말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농촌 치유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으며, 참가자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맞이한 여름은 여전히 뜨겁고 반짝반짝 빛난다. 사람 복작복작한 유명 관광지도 좋지만 오롯이 여름을 누리기에는 농촌이 제일이다.

이번 여름휴가는 농촌을 찾아 '촌캉스'를 경험해보는 것이 어떨까. 앞으로 맞이할 모든 여름에 '#촌캉스'를 남기고 싶을 만큼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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