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 방치시 골반염 유발…복막염·불임 등 합병증 유발할 수도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질염이 여름철 호발하는 이유로는 폭염·열대야에 따른 피로·스트레스 누적이 꼽힌다. 실제 높은 스트레스가 질염발생과 연관 있다는 보고도 있다. Y존이 습해져 칸디다와 같은 곰팡이 균이 증식하기 쉬운 것도 문제다. 여름 휴가철 수영장과 해변의 오염된 물 속 균에 노출되는 것 역시 질염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또 여름철 잦아지는 샤워 시에도 알칼리성 비누로 질 내부까지 과도하게 세정하면 질 내부 환경이 알칼리화 해 세균성 질염이 발생할 수 있다. 여성의 질은 유해 세균으로부터 질을 보호하기 위해 약산성으로 유지되는데 알칼리성 비누를 통한 세정이 정상 질내 세균군의 균형을 깨뜨려 세균성 질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염은 성경험과 상관없이 초경 이전의 유아나 고령의 여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성경험과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성관계 후 정액의 알칼리성에 의해 질의 산성도 변화를 유발, 감염에 취약해질 수는 있다.
문제는 질염이 자칫 골반염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골반염이란 자궁내경관에 번식하고 있던 세균이 자궁내막과 나팔관·복강까지 퍼지며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자궁경부는 외부의 세균이 자궁으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데, 질염이나 자궁경부염이 치료되지 않고 방치된 경우에 일부 질염균이 자궁을 통해 위로 올라가면서 골반염이 생긴다. 골반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세균이고, 임질균과 클라미디아균이 가장 흔한 원인균이다.
골반염은 유산·분만·생리 후 발생하기 쉽다. 자궁 안에 피임장치를 한 경우에도 발생 빈도가 높다. 특히 10대 후반부터 20~40대 여성에게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골반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15만 7098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는 20~49세가 전체 환자의 약 70%를 차지했다.
골반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골반통·발열·진찰 시 자궁경부나 난소 및 난관의 통증 등이다. 서은주 세란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하복통·질 분비물 증가·월경량 과다·열감·오한·배뇨 시 불편감 등 비뇨생식기계의 이상 증상이 있는 모든 여성에서 골반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골반염 방치 시 복막염, 복강내 유착, 불임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난관과 복강 안에 흉터가 생기면 불임이나 자궁 외 임신의 원인이 된다. 골반염의 가장 심한 단계는 골반강 내 고름덩어리인 난관난소농양이다. 서 과장은 "이 경우 반드시 입원해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하고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며 "복강과 골반 안에 있는 고름주머니와 손상된 난관, 난소, 염증이 유착된 부위를 절제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질 분비물 검사, 혈액염증반응검사, 부인과 초음파검사, 복부 CT 등을 통해 진단한다. 혈액검사상 염증지표의 상승 및 백혈구 증가 징후가 나타날 경우 골반염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38도 이상의 발열이 동반되는 경우 양성을 양성으로 제대로 판별할 수 있는 정도(특이도)를 높일 수 있다.
골반염은 클라미디아균 등 다양한 균의 복합적인 골반 장기 내 감염이기 때문에 이 균에 대한 항생제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입원치료는 필요하지 않지만 골반염의 진단이 불확실하거나 골반강 내 농양이 의심되는 경우 증상이 심할 때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
서 과장은 "젊은 여성들에게 흔한 골반염은 아랫배에 통증이 나타나고 분비물이 많아지며 월경이 불규칙해지는 증상을 보인다"며 "조기에 완전하게 치료하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궁과 난관에 흉터를 남긴다"고 말했다.
이어 서 과장은 "세균성 질염을 앓고 있다면 정기검진을 통해 골반염으로의 진행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여름철에는 몸에 달라붙는 하의나 수영복을 오래 입는 것은 피해야 하며 염증성 골반 질환이 발생했다면 전문의를 찾아 감염의 원인을 적절하게 치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