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서 경영 악화 ‘한전·가스공사’ 저평가 예상
전문가 “재무 악화 정부 탓, ‘요금 관여, 가스 직수입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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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130개 공공기관에 대한 2022년도 경영평가 결과를 확정하고 후속조치를 논의한다. 경영평가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과 기관장 거취가 결정돼 주목 받는다. 보통 C등급 이상이면 성과급을 받는다. E(아주 미흡) 또는 2년 연속 D(미흡)를 받으면 해당 공공기관장은 해임 건의 대상에 오른다.
윤 정부가 새로 만든 평가 지표로 처음 실시하는 이번 평가에서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등급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재무성과 배점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 점수를 낮춰 국제적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나빠진 에너지 공기업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수정해 재무성과관리 배점을 10점에서 20점으로 확대했다. 공기업은 총자산회전율과 영업이익률, 매출액 대비 EBITDA(이자·법인세 등 차감 전 영업익), 부채비율, 이자보상비율 중심으로 평가 받는다. 반면 사회적 책임 배점은 25점에서 15점으로 줄였다.
이에 경영 상태가 나빠진 에너지 공기업들은 저평가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한전은 누적 적자가 2021년 5조8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4조7000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가스공사도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2021년 말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1분기에는 11조6000억원으로 3조원 더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기업 재무 상태 악화 원인으로 기업 내부 요인보다 정부 방침과 국제 환경 등 외부 영향이 컸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과 가스공사 적자와 미수금 증가는 정부 원인이 크다"며 "정부·여당이 전기·가스 요금을 결정할 뿐 아니라 공기업들은 인사와 경영 자율성이 크지 않다. 정부는 에너지공기업과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반면 민자발전사만 이익을 보는 '천연가스 직수입 제도'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이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들인 도매가격이 판매가보다 높은 역마진 구조가 지속됐지만 전기·가스요금은 사실상 정부와 여당이 결정해왔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 부담을 확대하는 민자발전사 천연가스 직수입제를 방치한 문제를 지적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민자발전사만 이익을 보는 직수입 제도를 방치하면서 가스공사 미수금과 한전 적자가 늘었고 결국 요금 인상으로 국민 부담이 커졌다"며 "에너지 공기업 재무구조 악화는 정부 원인이 크다"고 말했다.
직수입 제도는 민자발전사가 사용할 천연가스를 직접 수입하도록 한 것으로 2005년부터 활용되고 있다. 민자발전사들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낮은 시기 직수입 물량을 늘려 가스공사가 저렴하게 장기계약 할 기회를 가져가고, 반대로 국제 가격이 높은 시기는 직수입 물량을 줄여 의무공급자인 가스공사의 비싼 현물 수입이 늘어 도매 비용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이는 한전과 가스공사 경영 악화,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에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 교수는 "공기업 경영평가는 재무 성과보다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 민원 등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