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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장애인②] ‘장애→돌봄→빈곤’ 악순환…극단 선택 치닫는 ‘부양’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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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 | 김민주 기자 | 이준영 기자

승인 : 2023. 04. 26. 06:00

국내 장애인 가구 월평균 소득, 전체 가구 소득의 절반 못 미쳐
30만원대 장애인 연금·활동보조 시간…"돌봄 비용 턱없이 부족"
'극단적 선택 고민' 10명 중 2명은 "빈곤 등 경제적 어려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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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거라."

지난해 3월 경기 시흥에서 발달장애 딸(22)을 숨지게 하기 전 어머니 A(54)씨가 작성한 유서 중 일부다. A씨는 범행 후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실패했다. 중증장애를 지닌 딸은 떠나고 어머니만 남았다.

갑상선암 말기였던 A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딸과 단둘이 살며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해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못했고 중증장애 딸을 보살펴야 했다. 모녀의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와 딸의 장애인 수당이 전부였다.

수원고법 2-3형사부(부장판사 이상호·왕정옥·김관용)는 지난해 10월 딸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스무해 넘게 홀로 딸을 돌보며 살아온 50대 어머니에게는 사법 심판과 딸을 죽게 한 회한만 남은 셈이다.
A씨 모녀의 비극은 중증장애인과 그 곁에 머문 부양자들, '그림자 장애인'의 애환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중증장애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장애인 가족들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의 무게이기도 하다. 장애 판정과 돌봄, 경제적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10명 중 2명은 돌봄 위해 일 포기"… 저소득 악순환

25일 통계청의 '2020년 장애인 가구 월평균 소득과 지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9만원이었다. 특히 '100만원 미만' 32.4%,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 26.6%로 '200만원 미만' 가구가 약 60%에 육박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월평균 가구소득 486.9만원과 비교하면 장애인 가구 소득은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장애인을 부양하는 가족들은 생계를 포기해야 하는 막다른 길에 놓여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20년 발달장애인 부모 1174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0%는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시각장애인 딸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부양에 매진하는 최현숙(51·가명)씨 가족은 남편 혼자 벌어 네 가족이 생활하고 있다. 최씨는 "규칙적으로 일을 하고 싶어도 대학생 딸의 매니저 역할을 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매일 학교에 데려다주고 기다렸다 데리고 온다"며 "그나마 딸애 방학 때는 슈퍼 아르바이트를 나가지만 고정 수입이 아니어서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높은 돌봄 비용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정부 지원도 문제다. 뇌병변 및 지적 장애(중복장애)가 있는 딸을 부양하는 강복순(55)씨는 딸 이름으로 매달 37만원 상당 장애인 연금을 받고 있다. 다만 이마저도 딸 본인만 사용이 가능하다. 강씨는 "현재 자녀가 다니고 있는 평생교육센터 비용만 30만원인데 연금은 터무니없이 적다"며 "자산·소득 수준에 따라 돌봄 수당이 나오는데 금액이 10~2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 부양 자체만으로도 심리적 부담이 되는 상황이기에 금전적 부분이라도 정부가 보완해야 한다"며 "현재 30만원 수준인 장애 연금을 경제 활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중심으로 대폭 인상해 기본 생활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양 스트레스'에 짓눌린 그림자 장애인들

장애인 가족의 악순환은 부양자의 건강과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15~2017년 등록 장애인과 동거하는 만 12세 이상 가구원 516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는 응답자는 63명(1.2%)이었다. 해당 응답자 중 4명(6.3%)은 실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 중 42.9%는 '육체·정신적 건강문제'를 꼽았다. '장애인 가족 돌봄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25.4%였고, '빈곤 등 경제적 어려움'도 20.6%에 달했다.

최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안 좋은 생각이 든다"며 "극단적 선택조차 할 수 없는 건 내가 없으면 딸도 살아갈 수 없어서다. 미래를 생각하면 우울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딸을 돌보다 가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간 부양을 책임지다 보면 지불해야 될 비용도 굉장히 늘어나고, 오랜 부양에 지쳐 '간병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른다"고 진단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형준 기자
김민주 기자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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