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지리산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공심으로 행하고 사람의 장점 봤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424010013566

글자크기

닫기

황의중 기자

승인 : 2023. 04. 24. 15:14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 인터뷰 내내 기본 강조
"불교는 자비의 종교, 산사는 한국불교의 장점"
clip20230423182520
전남 구례군 지리산 화엄사 주지실에서 지난 22일 만난 덕문스님은 웃으면서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하고 있다. 덕문스님은 다른 사람보다 큰 체구에도 불구하고 환한 미소와 온화함이 맴돌았다. 그는 사심보다는 공심으로 일했고, 남들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려했다고 말했다./구례 = 황의중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전남 구례 지리산 화엄사(이하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종단 내 중량감이 있는 스님 중 하나다. 큰절 주지를 여러 곳 맡았고, 어려운 절을 정상화하는 종단의 '소방수'로서의 역량을 보였다.

덕문스님의 이력은 화려하다. 화엄사 회주 종열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5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90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조계종 호법부장, 제13·14·15대 중앙종회의원, 원로회의 사무처장, 불교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다. 경기 의왕 용화사, 인천 강화 보문사, 울산 도솔암, 대구 동화사·팔공산 선본사(갓바위) 등의 주지를 지냈다. 현재는 화엄사 주지이자 광주 정광학원 이사장, BBS 이사장, 동국대학교 이사, 대불회(대통령실불자회) 지도법사로 활동 중이다.

최근 화엄사에서 만난 덕문스님에게선 남들보다 큰 체구에도 위압감보다 온화함이 느껴졌다. 덕문스님은 차기 총무원장으로 추대하려는 일부의 기대에 "중벼슬은 닭벼슬(닭 볏)보다 못하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어떤 자리를 탐하기 보다 공심(公心)과 사람들의 장점을 보려는 노력이 오늘날 자신을 만들었다며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사는 삶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다음은 덕문스님과 일문일답이다.

-5월 4일부터 사찰 입장료가 폐지된다. 우려되는 부분은 없나.
"전라도·충청도 등 광역별로 사찰을 정해서 모니터링한 후 문화재관람료 폐지를 법제화하자고 불교계가 먼저 주장했다. 솔직히 사찰의 무료 개방으로 인해 대량의 쓰레기 발생 문제, 주차난 등이 우려된다. 사찰 무료 개방을 추진하는 건 '문화복지' 제공 차원이다. 다른 나라에선 문화재를 관람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불교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게 만들자는 게 종단의 취지다. 게다가 우리가 불편하더라도 사찰 입장료 문제로 더 이상 국민들과 다투는 일을 없애고 싶었다."

-종단의 대소사를 순탄하게 처리해 왔는데 비결이 있다면.

"특별한 비결은 없다. 단지 사심을 내려놓고 공심(公心)으로 했을 뿐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단 공심으로 움직이면 좋은 사람들이 따라온다. 구례 천은사 통행료 폐지도 그런 취지였다. 지역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사찰, 주민들에게 인정받는 절이 돼야 한다. 건축물로 절을 채우는 게 아니라 사람과 감동을 채워야 한다. 절을 스님들만의 공간이 아닌 재가자와 모든 국민들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화엄사는 스님 수보다 종무원(사찰 행정을 책임지는 재가자) 수가 더 많다. 이 때문에 재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절 운영은 스님과 재가자가 같이 성장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교구장으로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출가해 스님이 됐으면 열반까지 절이 책임져야 한다. 스님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의료·연금·주거까지 책임지는 승가복지 체계를 체계적으로 세워놓으려고 한다. 나는 틀을 짜주는 스님이니까 내가 소임을 맡고 있을 때 총대를 메고 마무리 지었으면 한다."

-사찰의 행정도 실무인데 인사관리나 조직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화엄사 종무원 중에는 20년 넘게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있다. 늘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려고 한다. 적은 돈을 받고 일하려는 사람을 찾기는 사실 어렵다. 봉사의 의미로 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지 않나. 그 사람들의 장점을 찾아야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대할 때 결과에 대해선 평가를 하지만 야단치지는 않는다. 대신 중간에 보고를 많이 받는다. 개선할 부분을 찾고 다음에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면 된다."

-바쁜 일상에도 불제자(佛弟子)로서 꼭 챙기는 것은 무엇인가.

"토요일 울력은 빠지지 않는다. 아침에 마당 쓸기도 빼놓지 않는 일이다. 절집에서는 평상심을 중시 여긴다. 마당만 잘 쓸어도 공부가 된다는 얘기가 있다. 잠들기 전에도 꼭 하는 일이 있다. 오늘 하루 누구를 만났고 어떻게 보냈는지 성찰하는 일이다. 이렇게 해보니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아지는 것 같다. 잠깐 시간이 날 때는 광명진언을 주로 한다. 스스로 마음을 밝고 긍정적으로 가져야 세상을 밝게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사판(事判·선승과 대비되는 행정승)이지만 중으로서 기본은 하려고 한다."

-평소 좌우명이나 추천하는 불경 구절이 있다면.

"세상에 모든 중생들에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자신에게는 칼처럼 대하자는 게 좌우명이다. 평소 원각경 보안보살장을 자주 인용한다.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살아가는 나에게 하는 '이야기'다. 과도한 욕심을 부릴 때 삶은 힘들어진다."

-스님이 느끼는 불교의 매력 또는 한국불교의 장점은.

"불교를 대표하는 단어는 자비다. 이는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는 마음이다. 불교는 구시대적으로 보이지만 여유가 있고 쉼이 있다. 자비의 마음이 생기려면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한국불교의 장점은 마음의 편안함을 주는 산사에 있다. 한국의 산사는 교통이 불편해서 접근이 쉽지 않지만 가장 편안한 공간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 산사 문화는 '느림의 미학'이다. 세상과 극락의 중간에 있는 게 사찰이다. 화엄사 보제루에서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면 정말 편안하다. 꽃처럼 아름다운 화장(華藏)세계 그 자체다."

-화엄사를 찾는 이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천은사·사성암은 구례군민들이 사랑하는 곳으로 절경에 있는 절이다. 전남 여수 향일암 그리고 부산 해동용궁사는 화엄사가 자랑하는 말사다. 특히 2021년 화엄사 말사가 된 해동용궁사는 해수관음성지이자 관광 명소로 알려졌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 해 3만명이나 된다. 광주의 빛고을 포교원도 소개하고 싶다. 화엄사 주지를 맡으면서 새로 문을 연 곳이라서 그런지 애정이 크다. 빛고을 포교원이 문을 열기 전에는 광주에는 화엄사 소속 사찰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힘들었지만, 세상의 모든 중생이 동업중생(同業衆生·같은 시대 함께 살아가는 공동운명체)이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만 잘 먹고 잘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clip20230423182436
동업중생(同業衆生)임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덕문스님. 그는 불교가 '자비'의 종교란 점을 강조했다./구례=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