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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파산부가 20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 4월까지 빚을 갚지 못해 파산을 신청하는 개인채무자 수는 4만6132건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2%는 34세 이하의 청년층이며, 차량 대출로 인한 파산은 전체 비중 가운데 14.83%로 2위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구직난에 고물가, 고금리 등이 겹치면서 청년들이 파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회초년생 등 소득이 적은 젊은 직장인은 쉽게 차량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금융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최대은행 메이뱅크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위해 운영하는 첫 차량 대출 지원제도(My First Car Plan)에 따르면 18~30세의 대학생은 가족 중 보증인만 있다면 월 소득에 관계없이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최저임금 월급인 1500링깃(약 43만원)을 벌고 있으나 월 900링깃(약 26만원)의 차량 대출금을 매달 지급해야 한다"며 대출금 상환을 위해 생활비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공유해달라는 요지의 글이 올라오자 "최저임금을 받는데 어떻게 대출을 승인하냐" "월급 절반이 대출금"이라며 조롱하는 듯한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대변한다.
이와 관련 USCI 대학교가 지난 1월 18~40세 말레이시아인 10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73%가 대출금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0명 중 7명 꼴로 대출금을 갚고 있는 셈이다. 또 이들 중 가장 많은 30%가 자동차 구매 대출금이 있다고 답변해 많은 청년들이 쉽게 융자받은 차량 대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정부는 뚜렷한 대책 마련 없이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사회초년생에 대한 대출 조건을 까다높게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청년 대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을 우선 사업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년들이 차량 대출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말레이시아의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2021년부터 이륜차를 포함한 등록 차량 대수가 인구수를 넘어섰다. 2021년 전체 인구는 3260만명으로 차량 등록수는 3330만건에 달했다. 2022년 아세안스카이라인 조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브루나이 다음으로 자가용 소유 비율이 높다. 말레이시아는 인구 1000명당 443명꼴로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