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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노당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고(故) 태재명 일병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국유단에 따르면 태 일병의 유해는 2020년 9월 국유단과 해병대 1사단 장병 100여 명이 6·25전쟁 당시 전투가 발생한 지역에서 작업 중 전투화와 정강이뼈를 찾으면서 처음 유해가 나왔다. 이후 주변 발굴에서 대부분 골격이 수습됐다. 유해는 직사각형으로 땅을 판 후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버클 등 유품도 착용된 상태였다.
1930년 6월3일 경상북도 경산시 남천면 일대에서 2남2녀 중 첫째로 태어난 태 일병은 부모님과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고인은 어려운 형편에도 당시 경산 남천 공립보통학교에서 공부했으며, 1949년 11월에 결혼했다. 고인은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대구 제1훈련소에 입대 후 수도사단에 배치돼 낙동강 방어의 동부 축선인 '안강-기계전투'에 참전했으나, 1950년 8월 10일 만 20세로 장렬히 산화했다.
태 일병의 여동생 태화연 씨의 외손자가 군에 입대한 뒤 유해 발굴 사업을 알고는 어머니와 외할머니에게 유전자 시료 채취 동참을 권유한 게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간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신원 확인 소식에 여동생 태화연 씨는 "오빠의 전사 통지를 받았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죽기 전에 오빠의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로써 2004년 4월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래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총 206명으로 늘었다.
안강·기계전투는 경주 안강읍과 포항 기계면 일대에서 국군 수도사단이 북한군 12사단의 남진을 저지한 방어 전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