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인과관계 인정돼 유죄"…대법 "비위생적 사실 등 증명 충분히 이뤄져야"
"막연한 사정 등을 근거로 함부로 인정할 수 없어"
|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기소된 병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7월 29일 치료를 목적으로 환자 B씨 어깨에 주사를 놨다. 이후 B씨는 주사부위에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이 감염됐고 4주간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세균성 감염 질병 등을 얻었다.
B씨는 주사 당시 A씨가 맨손으로 소독도 하지 않은 채로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A씨는 의사로서 지켜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환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모두 유죄를 선고했지만,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1심과 달리 2심은 "A씨가 맨손으로 소독 없이 주사했다는 주장은 환자의 진술만 있다"며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2심은 나머지 증거만으로 주사 치료와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 유죄로 충분히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이 잘못 판단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했다.
대법원은 우선 "피고인의 주사치료로 인해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원심에서 맨손으로 주사했다는 등 비위생적 조치를 취한 사실에 대한 증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업무상과실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등의 사정만을 이유로 피고인의 업무상과실은 물론 피해자의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까지도 쉽게 인정했다"며 "업무상과실 인정기준과 증명책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로 인해 상해·사망 등이 발생했다는 증명이 엄격한 증거를 통해 의심의 여지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설령 인과관계가 인정되더라도 검사가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면 막연한 사정 등을 근거로 함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