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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령’ 이하늬 “배우라는 직업, 나이 들수록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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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3. 01. 25. 09:47

유령
이하늬/제공=CJENM
"저도 제가 '천만 배우'가 되면 바뀔 줄 알았어요. 굉장한 연기력을 가진 독보적인 배우가 되겠지 했는데 그냥 똑같더라고요. 높은 시청률과 천만 배우가 된다는 게 정말 감사한데 한편으로는 '신기루 같은 거였네' 싶더라고요."

배우 이하늬가 영화 '유령'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지난 1년여 간 변화가 많았다. 2021년 12월 비연예인 남편과 결혼해 지난해 6월 딸을 출산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 것일까. '극한직업'(2019)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했던 순간도 담담한 추억으로 남았단다.

영화 '유령'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항일조직이 경성의 조선총독부에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다. 스파이로 의심 받는 용의자들이 의심을 벗어버리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이 벌이는 작전을 담았다. 이하늬는 조선총독부의 통신과 암호 기록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박차경 역을 맡았다.

박차경은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이하늬는 영화에서 슬픔, 기쁨, 분노를 꾹꾹 눌러 삼키는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박차경은 감정을 깊고 깊게 눌러 표현해요. 특히 슬픔의 감정은 마치 지하 동굴 100층에 있는 것처럼 깊고 깊어요. 현재 제가 겪는 슬픔과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잔에 꽉 채워진 슬픔을 쏟아내지 않고 넘칠듯말듯 찰랑찰랑하는 순간의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복잡하고 깊은 어떤 것들이 조금씩 드러나길 바라면서 연기하는 재미와 맛이 있었어요."

이하늬
이하늬/제공=CJENM
이하늬
이하늬/제공=CJENM
이하늬는 영화에서 고강도 액션을 선보인다. 단순한 액션이라기보다 완전한 감정 신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멋있어 보이면 안 되는 액션이었다.

"죽으려고 사는 사람과 살려고 사는 사람이 맞붙는 대결구조예요. 쥰지(설경구)는 죽지 않으려고, 차경은 죽으려고 계속 덤벼요. 차경이 무모해보이죠. 차경도 알고 있었겠죠. 그런데 고민하지 않고 그냥 해요. 그러면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 지치지 않는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화에서 '조선은 안 지친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절대 안 밟히고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는 끈질김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보이길 바랬어요."

'유령'이 개봉하기까지 이하늬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엄마 이하늬'로 보낸 소중한 순간도 포함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세상과 연기를 대하는 관점이 달라졌단다. 책임감이 강한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대한 죄책감도 크게 느끼는 성격이었지만 조금 너그러워지기로 했단다. 감정에 숨통을 트이게 해주고 선택의 기로에서도 신나게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하늬
이하늬/제공=CJENM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감정은 제가 선택할 수 있잖아요. 이왕 일하게 되면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싶어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가 있잖아요. '내가 이런 존재를 낳았다니' 정말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49와 51의 싸움'이죠. 감사한 마음으로 51의 방향으로 가져려고 매 순간 선택하는 거죠. 배우, 스태프들에게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할까 생각해요. 그것을 해치지 않으려고 해요."

이하늬는 2006년 제50회 미스코리아 진으로 데뷔해 미스 유니버스에 4위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배우가 됐고 드라마 '열혈사제' '원더우먼' 등 연속으로 흥행시키며 '이하늬 표 코믹 장르'로 시청률도 잡았다.

"'천만 배우'가 되는 일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계'의 일이 아닌 거죠. 제가 잘해서라가 아니라 기적처럼, 선물처럼 온 거죠. 마치 복권 당첨 된 것처럼. 그것은 신의 영역인것 같아요. 그러니 욕심을 내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제 하루가 더 소중하고 촬영장에서 제가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계에서 제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이하늬
이하늬/제공=CJENM
시간이 흐르면서 이하늬에게 내려놓는 법,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진짜 열심히 살았죠. 진짜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30대 초반 슬럼프를 겪으며 든 생각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해서 배우로 불러주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돌이 굴러서 이끼가 끼는 시간이 필요하듯 삶의 연륜이 쌓여야 배우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 자체가 무르익어야만 나오는 연기가 있는 거죠. '딱 10년만 버티자. 그러면 어떤 이끼가 끼든, 조금이든 많든 어쨌든 껴 있을 거다. 만족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일단 굴러보자'하며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서 배우는 잔인한 직업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풍성해질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이제 이끼가 조금은 꼈나?' 싶은 느낌이에요."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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