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배력 강화 및 세금 혜택 '일거양득'
개미는 주가 급락에 투자 손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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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동국제강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06% 하락한 1만1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인적분할 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한 동국제강 주가는 6거래일만에 11.5% 급락했다.
동국제강에 앞서 비슷한 형태로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을 택한 OCI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적분할을 발표한 지난달 23일 이후 주가가 급락해 이날까지 13% 가량 폭락했다.
두 회사는 모두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택했다고 밝혔지만, 물적분할 만큼 인적분할에 대해서도 시장 시선은 곱지 않은 분위기다. 일반 주주보다는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회사를 과도하게 쪼갠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달리 주주들이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는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어,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인적분할로 소액 주주에게도 사업회사 지분이 가기는 하지만, 사실상 물적분할 이후 신규 상장처럼 기업 가치가 더블 카운팅되는 것은 비슷하다"며 "투자자들도 이런 점을 인식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도 악재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인적분할을 마치면 지주사가 향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및 유상증자를 통해 사업 회사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장세주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들은 특별한 자금 소요 없이 신설 회사의 주식을 지주사에 넘기고, 지주사가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받으며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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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대주주들은 세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원래대로라면 현물출자는 곧 지주사에 주식을 양도하는 행위기 때문에 차익에 대한 세금이 발생한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말까지 대주주가 지주사 주식을 실제로 매각해 이익을 내기 전까지는 과세를 이연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지배력 유지를 위해 오너 일가가 주식을 내다 팔지 않는다면 사실상 세금을 면제해주는 셈이다. 결국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으로 대주주들이 세금 혜택과 지배력 강화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사업회사 가치가 높고, 지주회사 가치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동국제강의 경우 회사 분할 이후에는 핵심 철강 사업이 모두 사업회사로 분할되기 때문에 지주회사에는 운송·무역 등 비중이 낮았던 사업만 남게 된다. 분할 비율 자체도 17:52:31로, 지주사(17%)에 비해 두 사업회사(83%)가 훨씬 높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동국제강 기업분할에 대해 "존속법인인 동국홀딩스는 계열 내 비중이 낮은 사업만 잔존하면서 매출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대비 손익규모가 축소되나 상당비중의 차입금을 사업회사에 넘겨 재무안정성은 우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OCI는 지주사와 사업회사 분할 비율이 69:31 수준이다. 당장은 지주사 지분 가치가 신설 사업회사보다 더 크기 때문에 주식 교환이후에도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다.
물론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으로 회사 전체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LG그룹은 화학, 전자 등을 각각 인적분할하고 지주회사가 유상증자 후 신주를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사업회사의 가치가 재평가 되면서 분할 후 전체의 시가총액이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