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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국과 일본의 선린관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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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2. 06. 26. 17:40

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일본은 고대부터 중세까지 한국의 선진 문물의 혜택을 받아왔다. 한국인들에 의한 벼농사와 양잠을 비롯한 갖가지 문명의 전수 덕택으로 일본은 미개한 상태를 벗어났다. 특히 서기 660년 백제 멸망 직후 백제 귀족과 장인들이 대거 일본에 정착하면서 일본의 문물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려조 이래 왜구들의 무수한 약탈은 차치하고도, 일본은 서양에서 조총을 받아들여 군사력이 강해지자 조선을 침략하여 두 차례의 참혹한 왜란을 일으켰고, 근대에는 조선의 국권을 침탈하고 가혹한 식민 착취를 행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무력으로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안겼다. 그 과정에서 일본의 협잡질도 많았다. 예컨대 왜는 임진왜란 시 전세가 불리해지자 명에 조선 분할을 제의했고, 구한말에는 미국과 태프트·가쓰라 밀약을 맺어 한국을 차지하기로 했고, 한국을 식민지로 삼게 되자 만주철도 부설권을 얻기 위해 우리 영토인 간도를 멋대로 청에 할양했고, 대마도의 한국령 주장을 막기 위해 자기들의 지도에도 한국령으로 그려놓은 독도를 자기 것으로 주장하고, 국제법이 일본에 불리한 때는 7광구를 공동으로 개발하자고 협정을 맺어놓고 일본에 유리해지자 개발을 미루며 협정을 자동으로 만료시키려 한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전 약 700년간의 사무라이 시대를 거치면서 교활한 협잡이 발달한 나라가 되었다. 자신의 잘못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마지못해 사과하더라도 곧바로 정부 고위 인사들이 이를 부정해버리는 것도 그런 행태다. 그들은 걸핏하면 1965년의 한·일협정으로 한·일 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하나 그것은 정부 간의 관계일 뿐 국제법적으로 민간 차원의 문제는 이에 구속되지 않는다. 더구나 한국의 사법부가 내린 결정을 행정부를 탓하며 오히려 한국이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우긴다.

한·일 관계가 선린관계가 되려면 독일처럼 일본이 자신이 저지른 죄악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역사적으로 한국에 많은 피해를 줬음에도 그런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여 사실대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오히려 일제의 한국지배가 한국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적반하장 격의 논리를 편다. 그래서 미국의 동아시아 문화 연구가인 코벨은 일본을 배은망덕한 나라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근년에 일본은 반도체 주요 소재의 한국 금수조치로 한·일 간 경제 전쟁을 도발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한국이 일본과 선린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의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일본과 무조건적인 선린관계만을 추구한다. 그들은 대체로 일본에 호의적인 데다가 일본과의 연대만을 중시한다.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일본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고도 지금껏 그 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조작하고 있기에 우리에게 그런 악행을 또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구애를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탓이다.

한국의 친일 인사들은 일본을 선진 민주국가로 과대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패전 후 미국에 의해 헌법에 민주체제만을 도입했을 뿐 실제로는 유력한 우익 정치인들끼리 뒷거래에 의해 정권을 이어가는 후진적인 일당 독재 국가에 불과하다. 일본은 언론이 자유롭지도 못하고, 정치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도 없고, 따라서 개혁도 혁신도 불가능한 정치적 후진국의 하나다.

일본과의 선린관계는 마땅한 일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호혜적이고 정치적으로 동아시아의 안정에 기여한다. 더구나 한국과 일본은 북한과 중공이라는 공산 전체주의 국가의 위협 속에 있고, 우리의 동맹인 미국이 대중 견제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들로 한국과 일본은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먼저 일본의 바른 역사 인식과 그에 따른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 없이는 한·일 관계가 진정한 선린관계는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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