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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의 올 연간 영업적자는 14조8045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의 평균 값으로, 최대 19조9237억원의 적자를 예측한 곳도 나타났다.
한전은 요금 정상화를 위해 올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1㎾h(킬로와트시)당 33.8원으로 산정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최소한 해당 금액만큼 인상해야 적자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한전이 지난달 발전소로부터 구입한 전력도매가는 1㎾h당 평균 197.32원, 전력판매가는 108.1원이다. 전력 1㎾h를 판매할 경우 89.22원씩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러나 이날 한전은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 당 0원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전기요금은 △전년 평균 연료비인 기준 연료비 △분기 평균 연료비인 실적 연료비 △정부 환경 정책 비용인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동결한 것은 분기 평균 연료비다. 대신 기준 연료비와 환경 비용은 지난해 정부가 정한대로 다음 달부터 각각 4.9원/㎾h, 2.0원/㎾h씩 올린다.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되면서 당장 국민들의 전기료 부담은 줄었지만, 한전의 눈덩이 적자는 불가피하게 됐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준 연료비, 기후환경 요금 등의 일부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비용 부담으로 한전의 영업적자는 최대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같은 높은 비용은 후행해 2023년 기준 연료비에 반영되는데, 이는 올해 인상폭을 크게 뛰어넘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 40원/㎾h 수준의 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그나마 한전의 손익분기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한전의 적자가 한 기업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가기간망 사업자인 한전의 적자 폭 확대로 인한 이자 비용 증가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는 향후 연료비가 떨어질 때 전기요금 인하 여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전의 지난해 손실은 빚으로 누적돼 이자부담을 키웠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부채총계는 145조7970억원이다. 2020년 말 기준 한전 부채가 132조4752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년새 13조원 넘게 늘어난 셈이다. 이 중 한전이 지난해 부담한 이자비용은 1조9144억원에 달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년간 한전의 시가총액이 14조원(49%) 증발하고 부채가 41조원(39%) 늘어난 것은 유가가 낮았을 때 충분한 이익을 쌓아두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올 들어 유가가 120달러대로 치솟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1년새 7배 급등하는 등 대외 환경으로 한전의 실적 하락은 불가피한 가운데 외부 변수들에 에너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전의 기업가치 하락은 지난해 한 번의 적자만으로 나온 게 아니며 정책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