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베이징올림픽] ‘인라인→동료양보→올림픽金’, 첫 흑인 여성의 빙속 감동 드라마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214010006401

글자크기

닫기

정재호 기자

승인 : 2022. 02. 14. 10:51

20220214084700496336
에린 잭슨. /AP 연합
빙판 위를 질주하던 흑인 여성 선수가 올림픽 빙상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우여곡절 끝에 꿈의 무대를 밟은 빙속 단거리 신성 에린 잭슨(30·미국)이 미국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잭슨은 13일 중국 베이징의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마무리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 04로 우승했다. 일본의 다카기 미호(일본)의 37초 12를 0.08초차로 제친 금메달 역주였다.

‘겨울스포츠의 꽃’ 빙상은 오랫동안 흑인 선수들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그 벽을 깬 첫 번째 선수는 샤니 데이비스(40)다. 뒤이어 여자 선수인 잭슨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냈다.

잭슨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원래 인라인 스피드스케이트 출신이다. 2017년까지 인라인 스케이터로 활약하다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4개월 앞두고 빙상 선수로 전향했다. 그해 잭슨은 흑인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에 뽑혀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서른이라는 비교적 뒤늦은 나이에 올림픽 금메달의 빛을 보는 배경은 그만큼 출발이 늦었기 때문이다. 2003년 인라인 스피드스케이트를 시작한 잭슨은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잭슨은 인라인 스피드스케이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세계 대회에서 11차례 메달을 따냈고 미국선수권대회에선 42번이나 챔피언에 올랐다. 특히 잭슨은 미국올림픽위원회 선정 ‘올해의 롤러 스포츠 여자 선수’를 3차례(2012년·2013년·2015년) 석권한 인라인 스피드스케이트의 간판스타였다.

빙상 선수로 전향하고도 성장 속도는 놀라워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맹활약했다. 2021~22시즌 월드컵 세계 랭킹 1위로 월드컵 시리즈에서는 평창 금메달리스트 고다이라 나오(일본)를 제치고 네 번이나 금메달을 따냈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르기도 잠시 잭슨에게 뜻밖의 불운이 찾아든다.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걸리는 실수를 범한 탓에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3위에 그쳤다. 결국 잭슨은 미국에 배정된 2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그런데 선발전 2위를 차지한 브리타니 보(34)가 자신의 출전권을 반납하면서 잭슨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보는 500m 입상 가능성이 자신보다 큰 잭슨에게 양보했다. 잭슨과 보는 플로리다주 오칼라 동향으로 함께 자랐고 둘 다 인라인 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통 큰 양보를 한 보는 일부 선수들이 올림픽 쿼터를 포기하면서 추가 출전권을 부여받으며 500m에 나가게 되는 영화 같은 해피엔딩이 마무리됐다.

정재호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