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상대 징계취소 행정소송 등
2019년부터 소송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사태 등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투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영업위주 정책을 펴왔고,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를 상대로 한 금융사들의 소송비용도 증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윤석헌 전 원장 시절 금감원이 강경 일변도의 감독정책을 펴면서 금융사를 상대로 많은 징계조치를 실시했는데, 이에 반발한 금융사들의 소송 제기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그룹별로는 하나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순으로 소송비용과 건수가 많았다. 두 금융그룹 모두 사모펀드 사태 한 가운데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7년~2021년 9월까지) 5대 금융그룹(신한·KB·하나·우리·농협금융)의 소송비용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금융그룹은 총 1008억원을 법률 비용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비용은 은행과 증권사 등 그룹 내 자회사에서 발생한 소송까지 포함한 규모다.
금융그룹별로는 하나금융, 신한금융 순으로 소송건수와 비용규모가 가장 컸다. 이 기간동안 하나금융은 269억원의 소송 비용을 지출했고, 건수로는 8607건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소송건수 4540건, 소송비용 21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각각 200억원과 199억원의 소송비용을 지출했고, 같은 기간 농협금융은 129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부담했다.
문제는 줄어들던 이들 금융그룹 소송비용이 2019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소송비용은 2017년 216억원에서 2018년 16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듬해 195억원으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238억원까지 급증했다. 올해도 9월까지 191억원 규모의 소송비용을 지출한 만큼 증가세는 이어가는 모양새다.
2019년부터 금융그룹의 소송비용이 증가한 데는 DLF사태와 라임사태 등 사모펀드가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투자 피해자들의 소송 제기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금융그룹들의 법률비용도 덩달아 증가한 셈이다. 실제 하나금융은 지난해 83억원의 소송비용을 부담했는데, 전년 대비 1.8배 증가한 수치다. 신한금융도 같은 해 52억원의 비용을 부담해, 하나금융 다음으로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의 소송비용이 2019년과 2020년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사모펀드 사태에 두 금융그룹이 많이 연루돼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면서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금감원의 빈번한 징계조치도 소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윤석헌 전 원장은 2018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금감원을 이끌었는데, 윤 전 원장은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금융사를 대상으로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징계를 해왔다. 이에 징계를 받은 금융사들은 금감원을 상대로 징계취소 소송 등 행정소송으로 대응해왔다.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금융사가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만 17건에 달했다.
올해도 소송비용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데다 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사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헌 전 금감원장 시절 강도 높은 징계를 받은 금융사들은 이를 수용하기 어려워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가 많았다”라며 “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사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는 만큼 금융소비자들의 소송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