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바라보는 시각·분석능력 중요
농협銀, 사회적 가치창출 성취감 높아
철저한 블라인드 채용…특혜비리 0%
성별 간 연봉 차별 없고 '워라밸'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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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농협 본관 2층 NH스튜디오에서 아시아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1 금융·증권 잡 페스티벌’ 최고경영자(CEO) 대담을 통해 “농협은행에 입사하기 위해선 평균 50대1, 심할 때는 100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면서 은행권이 가장 갖춰야 할 덕목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권준학 행장과의 대담은 권광석 우리은행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에 이어 마지막 CEO 대담이다. 권 행장은 이날 대담에서 은행원의 기본 덕목에 더해 자질과 마음가짐 등을 가감없이 제시했다.
농협맨으로 33년간 근무한 권준학 행장은 농협은행만의 매력에 대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꼽았다. 그는 “1989년 입사 후 뜻깊고 보람찬 순간들이 많았지만 마음속으론 ‘내가 하는 일들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인가’에 대한 자문을 해왔다”며 “같은 금융회사더라도 농협은행에서 열심히 일해서 일궈낸 경제적 이윤과 사회적인 부가 농촌과 공유되고 지역경제의 실질적인 이익으로 돌아가더라”고 말했다. 이어 “제 노력으로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고 사회 구성원 간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게 저에 대한 자부심이고 정진할 수 있는 근원이었다”며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인생의 가치를 조직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곳이라서 취업준비생들이 농협은행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성별 연봉·직무 차이 없어…저녁 회식문화 줄이고 ‘워라밸’ 보장”
그는 농협은행이 성별에 따른 급여 격차나 업무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금융권은 성별 평균임금 격차가 큰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권 행장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는 “농협은행에선 성별 간 연봉이나 직무 차이가 없어진지 꽤 오래됐다”며 “업무의 특수성, 예를 들어 야근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서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선택의 문제이지 여성이나 남성 간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권 행장은 ‘워라밸’을 보장하는 조직 문화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늦은 저녁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던 금융권 회식 문화를 줄여가고 있는 것. 그는 “IT기업보다 저녁 회식 문화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저부터 그 시간에 운동을 하는 등 가급적이면 저녁 회식을 줄이고 직원들이 자기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좀더 확보할 수 있도록 직장 문화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권 행장은 채용 전형에 대해서는 “서류 전형부터 모집 단계마다 외부업체를 통해 철저한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며 담당 실무자 외에 지원자 정보를 저도 모르고 담당 부행장, 부장도 알 수 없는 구조”라며 “채용 특혜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게 아니라 ‘0%’라고 보시면 된다”고 장담했다.
권 행장은 농협은행에 지원할 때 자신만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CEO로서 면접장에 직접 들어가진 않지만 중견 책임자 시절 면접관으로 참석했을 때 지원자가 가장 중요시 하는 덕목을 유심히 살폈다고 한다. 그는 “아무래도 금융인이다보니 금융에 대한 기본 지식과 디지털화 같은 사회적 이슈가 중요하다”면서도 “제가 은행원으로서 업무를 쭉 해보니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 즉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가치나 덕목들을 고객과 얼마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더라”고 말했다.
◇“디지털시대 중요한 건 데이터 바라보는 시각…결국 중요한 건 사람”
금융권 대세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엽적인 문제라고 평가했다.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의 필연적인 부분이고, 이를 바꿔 말하면 ‘문과’나 ‘이과’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권 행장은 “사회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이라며 “중요한 건 데이터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과 분석해내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협은행의 디지털화 속도는 전 산업 또는 국내 은행과 비교해도 많이 앞서있으며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며 “우리 조직에 들어와서 충분히 배울 수 있으니 스킬이 없거나 문과 계통이라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권 행장은 ‘베이비부머’ 마지막 세대다. 각 세대가 지닌 특징이 있는 것처럼 디지털 시대 주력인 MZ세대가 지닌 개성을 인정하고 소통하고 공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제 딸이 MZ세대에 속하는 90년생인데, 평상시 대화를 해보니 MZ세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처럼 ‘하면 된다’ ‘전념해야 한다’라기보다는 일도 열심히 하고 여가생활을 위해 개인시간도 보장받고, 노력에 대한 성과나 보상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소통의 문제”라며 “농협은행의 MZ세대들과 햄버거도 먹고 티타임도 보내면서 충분히 대화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존중의 자세가 농협은행을 건전한 조직문화로 이끌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CEO로서의 고뇌도 털어놨다. 권 행장은 “실무자 때는 주어진 여건에서 미션을 잘 수행해 내고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은행장이 되고 나선 ‘수익’과 ‘가치’ 사이에서 균형잡는 게 어렵더라”며 “한 부분에서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부분들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좀더 숙고하고 종합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원 시절엔 금융위기 당시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권 행장은 “1990년대 초반에 IMF가 터졌고 2000년도 후반엔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있었다”며 “은행이 문을 닫고 동료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시대 막론하는 덕목 ‘성실’…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도 지녀야”
그는 성실함을 기본 바탕으로 역지사지의 태도를 지녀야 농협은행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권 행장은 “성실함이란 덕목은 시대를 초월하는 것 같다”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소통하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해왔고 저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특정 분야에서 열과 성을 다한다면 조직이 그것을 충분히 다 알아주고 보상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남겼다. “제가 전에 스케이트 선수를 했다. 맨 마지막 결승점을 향해 갈 때 저보다 앞서는 친구도 있었고 뒤에서 오는 친구도 있었다. 조바심도 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평상시 연습한 대로 저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니 어느 날은 앞서가던 친구가 넘어지기도 하고 실격하는 친구도 생겼다”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기 목적성을 지니고 노력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우리 농협은행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셔서 앞으로 100년 농협은행이 되는 데 앞장서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