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A씨는 이렇게 말했다. 6월로 군부 쿠데타 4개월에 접어든 미얀마에서는 탄압과 그에 맞서는 시민들의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쿠데타를 규탄하고 있지만 미얀마 내외부에서는 “말뿐인 규탄”·“무력한 국제사회”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쿠데타 사태 해결을 위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의 림 족 호이 사무총장 등이 이번주 미얀마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불분명하다. 아세안 사무국의 공식 발표가 없고 여러 변수로 인해 해당 계획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여지가 남았다. 방문이 이뤄져도 민주진영과의 만남 여부는 모른다.
쿠데타 사태 이후 유엔(UN)·유럽연합(EU)과 미국 등 국제기구와 세계 여러 국가들이 쿠데타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제재를 취했으나 실효성은 미지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성명은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규탄 성명의 강도를 낮추거나 제재를 결정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됐다. 지난 4월 24일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쿠데타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과 아세안이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중단 △건설적 대화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의 대화 중재 △인도적 지원 제공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항에 합의했지만 곧 “아세안 제안 수용 여부는 미얀마 상황에 달려 있다”고 발표하며 발을 뺐다. 이후 반(反) 군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이 이어지며 폭력 종식 합의 뒤로만 시민 93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를 막지 못했지만 군부 역시 시민 투쟁을 막지 못하고 있다.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시민들은 전날에도 전국 곳곳에서 거리 시위를 펼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우리 차례다”라는 팻말을 든 시민들은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심 지역에서 일어나고 잇는 시위는 군경을 피하기 위해 더욱 민첩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A씨는 아시아투데이에 “사전에 예고하지 않은 기습 시위를 벌이거나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짧은 시간 시위하고 흩어지는 ‘플래시 몹’ 형태의 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고 알렸다.
초기 비폭력·비무장 형태의 반(反)군부 시위는 이제 정부군과 시민군 사이 교전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군경의 유혈탄압이 계속되자 시민들은 새총부터 사냥용 엽총에 이르기까지 자기 방어 수단을 갖춘 것이다. 전국 곳곳의 소수민족 무장단체도 쿠데타 규탄에 동참하자 군부는 포병과 헬기를 동원해 공습을 펼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달 31일에는 미얀마 동부 카야주에서 정부군 공습으로 시민군과의 충돌이 벌어져 군경 80여명과 시민 20여명이 사망하고 주민 수천명이 대피했다.
그러나 쿠데타 주범인 흘라잉 총 사령관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사망한 사람은 800여명이 아닌 300여명으로 대부분이 폭도”, “미얀마에서는 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며칠 전 카야주에서 벌어진 교전은 미얀마 국영방송 등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민주진영이 수립한 국민통합정부(NUG)의 사사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군부의 습격·체포와 고문·살인 등 끊임없는 위협이 미얀마 국민들로 하여금 무기를 들게 했다”며 “시작에 불과한 이 사태는 곧 겉잡을 수 없게 된다. 모든 나라가 내전으로 향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사회가 머뭇거릴수록 유혈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내전과 대량 학살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