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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아래서 안 가르치고 안 배운다” 미얀마 학생 90% 등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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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1. 05. 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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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독재에 항의하며 “우리는 교사들이다.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슬로건을 들고 항의하고 있는 교사들의 모습. 미얀마 군부는 최근 13만명의 교사들을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했다./사진=이라와디 캡쳐
미얀마에서 전방위 반(反) 군부 항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달 1일 새 학기를 앞두고 쿠데타 군부에 저항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등 미얀마 학생 90%가 군부 독재 하에서 배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27일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미얀마교원연맹(MTF)는 “지난 24일부터 각급 학교에서 등록 절차가 시작됐지만 이틀 동안 90%의 학생들이 쿠데타 체제 하의 등록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달 1일부터 다시 문을 열고 새 학기를 시작하는 미얀마에서는 현재 전국 학생의 약 10%만이 학교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민선정부가 쿠데타로 무너지기 전인 지난 2019~2020학년도에는 90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에 등록했다. 그러나 쿠데타 이후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학생들은 10% 수준인 100만명 미만인 것이다. 미얀마에서는 곳곳에서 군부의 학교 수업 재개에 항의하며 학교 건물과 문 앞에 반(反) 쿠데타 문구를 새기거나 항의 표시를 남기는 일이 빈번하다. 학부모들 역시 “자녀들이 군부의 노예 교육을 주입받도록 놔둘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랫동안 NLD 거점이었던 양곤 꺼흐무 지역의 한 마을에서는 학교 수업 재개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학교 등록과정에서 군경이 학교 경비를 서는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얀마 나우는 마을의 유일한 이 고등학교에 이틀 동안 등록한 학생 수가 12명에 불과하다고 알렸다. 양곤과 만달레이 등에는 한 명도 등록하지 않은 학교들이 있다고 MTF는 덧붙였다.
군부 독재 하에서 배울 수 없다는 학생들과 더불어 가르칠 수 없다는 교사들의 파업도 이어지고 있다. CDM에 참여해 군부에 저항하고 있는 교사 A씨는 미얀마 나우에 “지금 학교가 문을 열어도 우리는 어떤 의미있는 것도 가르칠 수 없다. 학생들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교육은 단순히 정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인간성을 배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쿠데타 발발 이후 전체 40만명의 교사 중 절반 이상이 CDM에 참여하며 파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13만명은 군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정직된 상태다. 군부는 개학이 다가오자 국영 언론 등을 통해 교사들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A씨는 “쿠데타 이전에도 학생들을 가르칠 만한 충분한 교사가 없었다. 교사들을 정직시키고 고소하는 것은 군부가 정권을 꾸려 나가는 데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MTF에 의하면 파업 참여 교사들 중 100명 이상이 형법 505조 a항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법은은 군인과 경찰 등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하거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성명·기사·소문 등을 제작하거나 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3년 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미얀마 양곤대학교 학생인 B씨는 아시아투데이에 “교수님과 함께 학생들도 수업을 거부하고 반군부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교·강사들도 일자리를 잃었지만 다들 군부 아래서 군부에 유리한 내용을 가르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고등학교에 가야 할 남동생이 있지만 학교에 등록하지 않기로 했다. 군부가 물러나고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면 그때 배워도 늦지 않다는 것이 나와 가족들 그리고 동생의 판단이었다”고 했다. 학교 등록과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시민들은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의 임시 교육 프로그램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NUG는 앞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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