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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대 러시아, 총성없는 신(新) 산업스파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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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암스테르담 통신원

승인 : 2020. 12. 15. 15:51

러시아 외교관을 위장한 대외정보국(SVR) 소속 산업스파이로 밝혀져
인공지능·반도체·나노기술 분야에서 정보원 포섭 후 정보 빼돌려
러시아 혐의 부인 및 외교 보복 예정
Germany Russia
주 독일 러시아 대사관 전경. 유럽 내 러시아 외교관 추방은 최근 몇 년 동안 증가하고 있다./사진=AP=연합
네덜란드 주재 러시아 외교관 2명의 산업스파이 활동이 발각돼 추방될 예정이라고 네덜란드 현지 언론(NU)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추방대상자들은 2주 이내 네덜란드에서 출국해야 한다.

네덜란드 정보기관 AIVD는 러시아 외교관 2명이 네덜란드 첨단산업 분야에서 산업스파이로 활동하다 적발됐다고 밝혔다. 산업스파이들은 주 네덜란드 러시아 대사관의 외교관으로 임명됐으나 실제로는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소속 산업스파이로 활동했다는 것이 AIVD의 설명이다.

산업스파이 두 명은 한 팀으로 한 명은 기술·과학 분야의 산업스파이, 다른 한명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AIVD는 이들이 첨단산업 분야의 현직 근무자들을 정보원으로 포섭했다고 밝혔다. 정보원들은 첨단산업의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일부는 정보 유출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 아커붐 네덜란드 정보기관장은 네덜란드 라디오 ‘News & Co‘와의 인터뷰에서 “10건 이상 스파이와 정보원의 밀접한 관계를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AIVD는 러시아 산업스파이의 활동을 “관련 산업 뿐 아니라 네덜란드 경제와 안보에도 피해를 줄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산업스파이들은 인공지능(AI)·반도체·나노기술 분야에 관심을 보였으며 포섭된 정보원들은 사기업 및 고등 교육 기관에 근무했다고 밝혔다. AIVD는 피해 기관들에 산업스파이 관련 내용을 통보하되 언론에는 정보원 및 피해 기관 관련 정보를 일체 함구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자국 외교관 2명의 ‘페르소나 논 그레타(외교관 추방)’에 대해 사실임을 인정했다. 단, “이들의 산업스파이 행위에 대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며 “보복 조치가 따를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외교관이 추방되면 추방국에서 상대국 외교관을 추방하는 것이 외교 관례이다.
러시아 측은 이와 함께 반대 혐의도 제기했다. 주 네덜란드 러시아 대사관은 올해 8월 대사관 무관의 차량에서 추적장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외교위원회장은 본 산업스파이 사건에 “시의적절한 대응”을 약속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결정을 ‘도발’ 이라고 규정하며 “산업스파이 활동에 대한 조사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네덜란드 내 러시아 산업스파이의 활동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러시아인 4명이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해킹을 시도했다. OPCW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화학무기 금지 및 확산 방지’를 표방하는 국제기구이다. OPCW는 2018년 러시아 군의 시리아 공습과 전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독살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유럽 내 러시아 외교관 추방은 최근 몇 년 동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독일·프랑스·이탈리아를 비롯한 20개국에서 전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독살 사건과 관련해 약 100여 명의 러시아 외교관이 추방됐다. 2019년에도 독일 내에서 발생한 전(前) 체첸 반군 지도자 살해 사건과 관련해 주독 러시아 대사관 직원 2명을 추방 조처했다. 가장 최근에는 올 8월 오스트리아 정부가 러시아 외교관에 대해 스파이 혐의로 추방을 결정했다.

박희진 암스테르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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