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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1) 2020년, 코로나가 바꾼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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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0. 11. 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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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예술의전당’ 잔디밭에 설치된 야외공연장에서 거리를 두고 앉아있는 시민들의 모습.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사진=천현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기존 인류의 삶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전환’이라기 보다는 ‘멈춤’과 ‘붕괴’에 가깝다. 인류는 언제나 그랬듯이 생존을 위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도 희망을 찾고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거리의 풍경부터 확 달라졌다. 사람들은 자택에서 벗어나는 순간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로 나선다. 주로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 필요했던 마스크는 이제 화창한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필수 아이템이 됐다.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마스크와 관련된 실용적인 패션 아이템들이 등장했다. 코로나19 초기에 마스크를 목에 걸 수 있게 나온 ‘줄’이 목걸이와 같이 다양한 액세서리 형태로 나왔다. 이제 이런 제품들은 길거리 지하상가나 보세 상점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서울 잠실의 지하상가에서 귀고리, 머리띠 등 잡화를 파는 A씨(35)는 “원래 가장 많이 팔리는 휴대폰 케이스나 머리띠 자리에 마스크 목걸이를 걸어 놨다”며 “여기 제품만 해도 10종이 넘는데 갈수록 화려하고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식생활과 유흥시설의 지각변동…배달수요 급증

식생활 문화도 큰 변화를 보였다. 다닥다닥 붙어서 얘기꽃을 피우며 식사를 하던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혹은 강제적으로 거리가 생겼다. 또 마스크를 내려야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식재료나 완성식품을 집으로 배달해 먹기 시작했다. 배달 수요는 큰 폭으로 늘어났고 오토바이 배달 뿐만 아니라 자전거 배달, 도보 배달까지 생겨났다.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B씨(32)는 오랫동안 야간 알바를 하던 PC방이 폐업하면서 배달 알바를 시작했다. 처음엔 오토바이로 배달하려 했지만 오토바이 구매 비용이 부담돼 자전거로 동네 근처에서 음식 등을 배달하고 있다.

B씨는 “음악을 하다보면 일에 몰두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배달 일이 좋아보였다”며 “최근엔 음식을 시켜먹는 일이 많아 배달 일을 내가 원할 때 골라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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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을 줄이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들이 늘어났다./사진=천현빈 기자
유흥 시설은 코로나19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이다.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음주 가무를 즐기면 사람들 간 접촉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졌다. 특히 올 상반기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퍼지면서 클럽, 단란주점 등을 시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됐고, 이것이 해제된 지난달 초까지 감성주점, 헌팅포차들도 아예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이 가운데 코인노래방 업주들은 큰 피해를 호소하며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 신촌역 부근에서 두 개의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C씨는 “이미 한 곳은 폐점했고 남은 한 곳을 수습해 영업을 재개하려고 한다”며 “밀린 임대료를 내기도 버겁지만 1단계로 내려갔으니 다시 손님들이 찾고 활기를 되찾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항공업계의 침몰…일상이 된 비대면 취미·종교생활

서울의 한 여행사에서 5년 동안 일한 D씨(29)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번 달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사실상 강제휴직이다. 5개월 간 70%의 월급을 받았지만 회사 사정이 악화되면서 직원들이 차례로 사직서를 내고 있는 형편이다.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D씨는 현지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연계해주는 일을 해왔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해외여행은 사실상 끊겼고 국내 여행사의 90% 이상이 줄도산을 맞았다. D씨도 코로나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D씨는 “특기인 언어를 살려 무역업계에 취업하기 위해 여러 군데에 지원서를 쓰고 있다”며 “여행관광업은 특별고용업종에 해당돼 고용노동부의 국비로 요리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알바도 시작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취미생활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것은 물론, 실내보다는 실외를 찾아 떠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운동 장소로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찾은 헬스장에는 언젠가부터 ‘마스크 미착용 시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실시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래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1회 경고 후 다시 적발되면 퇴장되는 규칙이었지만 이내 강화된 규정으로 바뀌었다. 코를 드러내고 쓰는 ‘코스크’나 턱에만 걸치는 ‘턱스크’도 강력한 제재 대상이다. 이제 헬스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모습은 전혀 낯선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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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러닝머신을 뛰고 있는 사람들./사진=천현빈 기자
E씨(34)는 최근 실내 운동 중심인 농구동호회에서 축구동호회로 활동반경을 넓혔다. 7년간 농구동호회에서 활동했다는 E씨는 “주말에 하는 농구가 유일한 운동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여의치 않다”며 “계속 쉴 수도 없고 해서 최근 축구동호회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뛰어야 하지만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실 농구나 배구 등 실내 스포츠 동호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활동이 많이 위축된 상태다. 실내체육관을 대관하기 쉽지 않은 데다 어렵게 예약할 장소을 찾아도 치열한 경쟁 때문에 번번이 대관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실외스포츠인 축구는 그나마 대관이 수월한 편이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한 필라테스 학원은 최근 문을 닫았다. 이 곳에 열심히 다녔던 F씨(31)는 지금은 아예 다른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 F씨는 “코로나 시대에 단체로 하는 활동이 부담돼 혼자 카메라를 들고 이곳 저곳을 다니고 있다”며 “사진 찍는 건 마스크를 써도 크게 불편하지 않고 무엇보다 혼자 거리를 두며 다닐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교회와 성당, 법당 등의 종교활동 양식도 많이 바꿨다. 한 공간에 모여 대면예배를 드리던 교회들은 비대면 영상예배를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청년부 등 각종 모임도 다양한 영상 플랫폼으로 대체하고 있다. 성당의 미사나 법당의 법회도 일찌감치 비대면과 비접촉으로 전환돼 철저한 방역 속에 제한된 인원으로 거리를 두고 봉행되고 있다.

#입학식도 못한 초등학교 1학년…얼어붙은 문화예술 생태계

올해는 코로나19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제대로 학교를 다닌 학생들이 드물었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을 자녀로 둬 생애 처음으로 학부형이 된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전통적인 의미의 대면 입학식을 못한 것을 무엇보다 가슴 아파했다. 서울 마포구에 살면서 초등학교 1학년을 자녀로 둔 양 모씨(47)는 “드넓은 운동장에 서서 왼쪽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달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듣던 초등학교 첫 입학식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면서 “이런 추억은 평생을 가는 것인데, 내 아이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최근에야 격주로 학교에 나가고 있다는 대학생 황인호씨(21)는 편의점 알바와 학교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황씨는 “학교를 못 나간 지 꽤 오래 됐는데 나간다 해도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잠깐 할 생각으로 알바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학교에 못 나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장 심하게 직격탄을 맞은 곳 가운데 하나가 문화예술계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얼어붙은 문화예술 생태계에 숨결을 불어넣고자 맞춤형 문화정책 구상에 골몰하고 았다. 국내 최초로 자동차를 타고 서커스 공연을 관람하는 드라이브 인(drive in) 방식의 축제가 성행하고, 오프라인이 아닌 곳에서도 보다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온택트(온라인 + 언택트) 공연이 날마다 준비되고 있다. 또 온라인 송출만으로 각종 퍼포먼스와 행사 등을 나 홀로 마음껏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들이 모색되고 있고, 문화예술교육은 택배 시스템과 온라인 채팅방 등을 적극 활용하거나 영상 콘텐츠와 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한 ‘랜선 아카데미’ 등이 각광받고 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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