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에 대체 차고지 없고, 서울 밖에는 재등록 '이중고'…국토부와 협의 부진 서울시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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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 문제는 서울 강남과 송파, 잠실 일대를 개발하는 서울시의 ‘국제교류 복합지구’ 조성사업계획이 발표되며 시작됐다. 이 사업계획에 따라 전세버스 및 대형 특수차량들이 이용하는 탄천공영주차장이 내년 6월에 폐쇄돼 48개 운수회사들이 갈 곳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에 새로운 차고지를 구하지 못하면 탄천주차장을 차고지로 사용하고 있는 1000대 가까운 차량들이 당장 내년부터 ‘불법영업’ 차량이 될 위기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탄천공영주차장을 차고지로 이용하는 업체는 전세버스사업자 37개, 특수여객사업자 11개 업체다. 앞서 시는 지난 5월 ‘탄천 공영주차장 폐쇄 관련 행정처분 시행 사전예고’라는 공문을 서울시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 보냈다. 서울시는 이 공문에서 “오는 2021년 6월 말 탄천 공영주차장이 폐쇄된다”며 “올해 12월 31일까지 등록된 차고지를 모두 이전해달라”고 통보했다. 이어 “기한까지 대체 차고지를 확보·등록하지 못한 운수회사는 행정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서 행정처분은 운수업 ‘등록 취소’를 말한다.
현행법상 서울시에 등록된 운수업체는 사무실과 차고지를 ‘서울’ 행정구역 내에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등록 취소 사유가 된다. 하지만 탄천주차장을 이용하는 운수업체들은 마땅한 대체부지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탄천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량은 전세버스 600여대와 트레일러 등 특수목적 차량 200여대에 달한다. 여기에 일부 시내·마을버스도 탄천주차장을 차고지로 이용하고 있다. 이들 차량들은 차체 크기 문제로 일반 주차장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서울 내에서는 탄천공영주차장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운수업체 한 관계자는 “탄천주차장은 올림픽대로와 바로 연결되고 시내는 물론 시외로 나가기도 쉬워 여름철 침수만 조심하면 따로 신경쓸 것이 없을 정도로 좋은 차고지”라며 “여기서 나가라고 하니 어디로 가야되나 막막하다”고 전했다.
업체들은 이달에도 서울시에 대체 차고지를 조성해달라고 후보지까지 찾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17일 “서울시는 별로 협의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언제까지 차을 빼라고 나오는 바람에 우리 모두는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공동대응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뿐 아니라 탄천주차장을 관리하는 송파구시설관리공단에서도 12월 31일 부로 차고지와 운수회사 사무실 이용 계약을 종료할 예정이다. 공단은 주차장 이용업체들에게 보유 차량과 사무실 집기류, 물품 등을 그날까지 모두 빼달라고 고지했다.
17일 서울시 관계자는 “운수업체들의 사정이 안타깝다”면서도 “현재 시 관할구역 내에 대체차고지를 마련하는 것은 힘든 실정”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어 “대형 전세버스가 수백대씩 주차할 만큼 큰 부지가 서울 내에 현실적으로 없다”면서 “탄천주차장과 인접한 경기도 하남, 성남 등에 부지를 마련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 밖에 대체 차고지가 마련된다 해도 운수업체들은 재등록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고지와 업체 등록지가 일치하지 않아도 업체 등록을 유지할 수 있게 국토부에 관련 규정을 개정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전국적으로 협의된 내용이 아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