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국내 침투 도와주는 꼴
고급차 지급 상한선 등 검토해야
28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가 전기승용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키로 한 5132대 중 3311대에 대한 신청이 완료됐다. 추세대로라면 남은 잔여 지원차량 2480대 중 약 1200대에 대한 지원금 혜택은 테슬라가 누릴 전망이다. 이미 테슬라는 상반기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2092억원 중 900억원을 타간 상태다.
현재 정부는 대기오염 저감을 명목으로 연비가 좋은 차량에 대해 최대 82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주고 있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수백만원 수준의 지자체 지원금을 더하면 최종 보조금이 된다. 예를 들어 4440만원짜리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서울에서 사면 약 1270만원, 국내에서 보조금을 가장 많이 주는 지자체인 울릉군에서 사면 총 1920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정부와 국회의 중장기 보조금 계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판매량에 절대적 영향을 주는 보조금 예산이 연말 임박해서 국회 여야간 갈등 속 급하게 확정되다 보니 3~4년의 개발 끝에 제품을 내놓는 제조사들로선 경영 전략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이번 테슬라의 상반기 판매량 급증 역시 보조금 액수가 낮아진 게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현대기아차의 기존 전기차를 수백만원 더 비싸게 사기보단 최근 한국시장에 진출한 테슬라의 신형 모델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는 시각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의 사례를 들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기존 완성차업체의 강점을 살려 보조금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PHEV에 대해 300대 한정 500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너무 작은 규모라 현재 국산차에선 관련 차종이 대부분 단종된 상태다.
처음부터 비싼 고급차에 대해선 보조금을 안 주는 선진법에 맞춰야 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유럽에선 처음 제도를 만들 때 6만 유로 이상의 차량엔 보조금을 안 주기로 했었다”며 “애시당초 우리도 7500만원 정도의 지급 상한선을 그어놨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일각에선 보조금 제도를 아예 없애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중국에서 보조금을 축소했더니 곧바로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제도를 3년 연장 하지 않았느냐”며 “정부 보급 목표가 있는 상황에서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조금 제도는 필요하다”고 했다.
제도를 갑자기 손볼 때 해외에선 비무역장벽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이나 중국과 같이 칼자루를 쥔 강대국들이 오히려 이를 빌미로 통상에 있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노골적으로 제도를 손보게 되면 결국 국제법상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며 “국내 일자리 창출 성과나 미래기술 연구개발비용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국내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핵심은 전기차 경쟁력이다. 김 교수는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테슬라만한 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하지만 내년 중반 이후부턴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전용플랫폼에서 경쟁력 있는 전기를 쏟아낼 계획이라 테슬라의 독주도 끝이 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