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타결 가능성 낮게 점치는 분위기
박인휘 교수 "북한 이슈 어려운 상황"
강경화 외교부장관 "북한 복귀·조속 재개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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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은 지난 달 29일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아마도 열릴 것 같지 않다”고 사실상 선을 그었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 대선 전 북·미 대화 타결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분위기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2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본다”면서 “코로나19 사태와 미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발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 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만큼 미국 대선 과정에서 북한 문제가 이슈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문 대통령도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주기 위해 그냥 (제안을) 던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실업 사태와 경제 악화,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 재선을 앞두고 국내 문제를 둘러싼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윤 전 특별대표는 “오는 11월 미 대선 전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전개된 이런 환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에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끼어 넣을 공간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북한의 내부 기류도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북한은 홍콩 국가보안법을 계기로 촉발된 미·중 갈등과 관련해 중국 편들기에 나서며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중국에 대한 압박공세는 실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미국이 중국을 전면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중미 관계가 전례 없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우리 인민은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견지하고 사회주의 전취물을 수호하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중국 인민의 투쟁을 앞으로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와 청와대의 북·미 정상회담 견인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화상 정상회담 자리에서 “한국이 바라기로는 미국이 대선 이전에 북·미 간의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간에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남북 관계가 대북 전단 살포를 계기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데다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진전된 대화가 오가지 않은 만큼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만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도 청와대의 기조에 맞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내신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면서 굳건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남북, 북·미 간 대화 모멘텀 마련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해 전방위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 장관은 “미국은 언제든 북·미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면서 “남북 우선 기류보다도 남북과 북·미가 같이 가야 한다. 정부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와 청와대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재 역할에 나설 것을 강하게 천명하는 배경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온 ‘예측 불가’ 행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가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북·미 대화를 하나의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만큼 한반도 정세 돌파구 마련을 위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선결돼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