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동안 금융위와 소통
연내 M&A 규제 완화 기대감
공동앱 SB톡톡플러스도 주목
코로나19로 건전성 문제 커져
예보료 인하 등 숙제 아직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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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 임기 반환점 돈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 공약 이뤄질까 ② SBI저축은행 임진구·정진문號, 사업 다각화 전략 통하나 ③ '창립 20주년' OK저축은행, 재도약 위한 정길호 대표의 과제 ④ 김대웅 웰컴저축銀 대표 '웰뱅'으로 승부…디지털 전환 가속 ⑤ '리스크관리 전문가' 박윤호 JT친애저축銀 대표, M&A 나설까 |
저축은행업계 목소리를 대표하는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임기 3년 중 절반을 돌았다. 관(官) 출신인 박 회장이 후보로 출마할 당시부터 업계는 규제 완화에 거는 기대감이 컸다. 박 회장은 취임 후 평소에도 주3회씩 금융위원회를 방문하며 당국과의 소통을 강화해왔다. 중신용자가 주 고객층인 저축은행 입장에선 핀테크발 경쟁업체들이 넘쳐나지만 규제 때문에 영업환경이 어렵다는 호소다. 인수·합병(M&A) 규제가 연내에 풀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조된 것도 박 회장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저축은행중앙회에서 구축한 업계 공동 모바일뱅킹 ‘SB톡톡플러스’의 역할도 주목받는다. 모바일 앱 자체를 구축할 여력이 없는 중소 저축은행들의 비대면 거래가 가능해진 까닭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 중점 과제 추진도 차질을 빚고 있다. 올 상반기에 이뤄질 예정이었던 보증부상품 출시도 이미 하반기로 미뤄졌다. 후보 시절부터 밀어왔던 ‘예보료 인하’ 공약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다 저축은행 업권은 대형사와 지방 중소업체로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업계 소통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써 군소 지방 저축은행들을 대변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된 배경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임기를 지낸 1년 6개월 동안의 평가는 ‘규제 완화’로 요약된다. M&A 규제가 연내에 풀릴 것으로 보이는 점은 고무적인 반면 예보료 인하는 요원한 모습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업계는 저성장 고착화에 따른 경기둔화로 중소 저축은행들, 특히 지방 소재 업체들의 경영난과 함께 대주주 고령화로 매물이 늘었음에도 규제 탓에 매각이 안된다고 건의해왔다. 현행법상 저축은행들은 저축은행이 또 다른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고,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탓이다.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 역시 금지됐다. 상속세는 경영권 승계까지 이뤄지면 최대 65%까지 내야하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아 대형 저축은행들에게 피인수되기를 바라는 중소 업체들이 종종 출몰하기도 했다. 업권의 오랜 숙원 사업이나 마찬가지인 M&A 규제 완화는 타 금융권의 우선순위에 밀려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도 못하다가 박 회장의 지속적인 당국 스킨십으로 이르면 연말에 매듭을 풀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이 공은 현재 금융위로 넘어간 상태다.
박 회장은 올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보증부상품 출시와 함께 중금리 대출 확대를 꼽고 있다. 보증부상품은 정책상품인 햇살론처럼 일정 비율을 보증해주고 5%대 저리로 제공하는 상품이다. 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준비해왔지만 코로나19로 차질을 빚으면서 출시 계획이 미뤄졌다. 서민금융진흥원과 함께 자영업자 컨설팅도 200여개 완료 목표를 잡고 추진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을 진흥원이 상담해주고 저축은행이 점포 개선 비용 100만원씩 무상 지원하는 식이다. 올 초부터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전 산업군이 어려워지자 저신용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창구 역할을 함으로써 저축은행업계가 대표적인 서민 금융기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기인 점을 고려하면 박 회장의 어깨는 한층 더 무겁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주목받으면서 SB톡톡플러스의 존재감도 빛나고 있다. 업계 통합 모바일뱅킹 앱인 SB톡톡플러스는 전 회원사의 상품을 한 눈에 모아 보고 가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원사 79곳 가운데 자체 전산을 사용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은 곳은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정도다.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마저 자체 서버가 아닌 SB톡톡플러스의 오픈API를 연동시켜 이달 선보일 예정인 형국이다. 중소 저축은행들에겐 SB톡톡플러스가 비대면 거래를 가능하게 한 매개체나 다름없는 셈이다. 최근 금융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SB톡톡플러스의 실명인증 간소화 서비스를 토대로 박 회장은 비대면 거래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 회장의 남은 과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이후의 건전성 문제다. 코로나19 여파로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책 성격의 금융지원에 대한 연체율은 금융당국의 권고로 우선 만기 자체를 6개월 연장해둔 상태라 오는 10월까진 연동되지 않을 전망이다. 즉, 10월 이후가 문제라는 얘기다. 업계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배경이다. 수년간 조선·해운업 등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지방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수도권보다는 지방 소재, 대형사보다는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저축은행업권이 사상 최대 순익을 거뒀음에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대형사 일부만의 실적잔치일 뿐이라 박 회장이 업권 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회장이 취임 전부터 주장해온 ‘예보료 인하’도 자칫 힘을 잃을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봤을 때 지방 소재 저축은행들은 대출해줄만한 곳이 없어 지방 경기를 회복시켜줘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올 하반기 지방 소재 중소 저축은행들은 영업이 최우선이겠지만, 부·울·경 중심의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지방 경기가 더욱 침체된 상황이라 회장님도 고민이 많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