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런 법률 저런 판결·38] 프로그램이 RAM에 일시적으로만 복제되는 경우도 복제권 침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81227010017111

글자크기

닫기

최석진 기자

승인 : 2019. 01. 02. 07:54

Print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도 일단 무료를 먼저 사용해 본다. 그러나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유료다. 개인용으로 사용하던 프로그램도 업무용으로 사용하려면 유료용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여러 직원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서 최대 동시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라이선스가 판매되기도 한다. 이 경우 어느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이 실행되면 서버에서 선착순으로 구매한 라이선스 중 하나를 할당하고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그 라이선스를 회수해 다른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할당해 주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동시이용 방식의 라이선스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A소프트웨어가 실행되던 중 실제 사용하고 있지 않을 때 그 소프트웨어를 비활성화시켜 라이선스를 반환하고 반환된 라이선스를 다른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실행된 A소프트웨어에 할당시켜주는 B프로그램을 개발해 판매한 것이 문제가 됐다. 비활성화 상태로 종료되지 않은 A소프트웨어가 여전히 기존 사용자의 컴퓨터 RAM(Random Access Memory)에 일시적으로 복제된 상태로 남아 있었는데, 법원이 이를 복제권 침해로 인정한 것이다.

저작권법에서는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는 이러한 일시적 복제도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란 일시적 복제가 저작물의 이용 등에 불가피하게 수반되거나 안정성이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를 포함하나, 일시적 복제 자체가 독립적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법원은 2017년 오픈캡처 사건에서는 프로그램 실행 시 그 일부가 RAM에 일시적으로 복제되는 것은 통상적인 컴퓨터프로그램 작동 과정의 일부이므로 저작물인 컴퓨터프로그램의 이용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경우로써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하기 어렵다며 복제권 침해를 부정했다. 그러나 위 동시이용 방식의 라이선스 사건에서는 B프로그램 판매자가 실제 구매한 라이선스 수보다 많은 라이선스를 구매한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고, A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판매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이 있어 일시적 복제 자체가 독립적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경우로 인정된 것이다.

RAM에 일시적으로 복제가 이뤄지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목적이나 효과 등에 비춰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면 복제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정선열 법무법인(유) 지평 변호사>

최석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