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르포]인도, 러시아워 해소를 위한 45일간의 특별교통단속 이후...그 효과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61010010005032

글자크기

닫기

정인서 기자

승인 : 2016. 10. 10. 13:37

인도 45일간의 특별교통단속...교통체증의 원인으로 교통법규를 어긴 차량들 뽑아...단속 이후에도 개선될 것 같지 않은 도로위 운전자들과 시민들
후다시티센터
구르그람의 후다시티센터의 교차료모습이다. 사람과 차량 오토바이와 오토릭샤가 서로 엉켜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인도 수도 뉴델리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겪어보았을 ‘러시아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경찰당국이 직접 나섰다.

인도 경찰당국은 지난 4일 현지 언론들을 통해 수도 뉴델리와 인근의 위성도시 구르그람에서 러시아워 해소를 위해 지난 45일간 특별교통단속을 실시했다며, 이 조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경찰당국에 따르면, 특별교통단속기간 중 교통법규를 어겨 적발된 차량은 총 8만 5000대로, 이는 45일 기간 중 하루 1880대 꼴이다. 이들에게서 거두어들인 과태료만 2억 루피(한화=33억 3800만원)에 해당한다. 러시아워의 주된 원인으로는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차량을 비롯해 무면허, 안전벨트 미착용, 불법주차, 역주행 등으로, 경찰은 이에 따른 처벌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특별교통단속이 이뤄졌던 지역을 중심으로 인근지역을 관찰했다.
역주행하는 차량
역주행차량과 오토바이들로 인해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7일 기자는 뉴델리 남서쪽의 아난드 니키탄(Anand Niketan)으로 향했다. 이곳은 남부 델리와 동부 노이다(Noida)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구르그람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통과해야하는 곳이며 인드라간디국제공항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퇴근시간까지 1시간이 남은 오후4시 가량에도 거리는 차들로 넘쳐났다. 지하철공사로 가뜩이나 좁아진 도로에 일차선인 고가도로는 병목현상을 발생시켰다. 좁은 고가도로를 먼저 진입하기 위해 일반차량과 오토바이, 오토릭샤(Auto-Rickshaw·삼륜차 力車의 일본식 발음)가 서로 뒤엉켰고 설상가상으로 역주행을 해온 차량들로 인해 꼼짝 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그렇게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지 20여 분이 지나고 교통경찰이 나타나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우선 역주행을 한 차량의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구두경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밀려드는 차량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도 교통경찰
인도 교통경찰이 역주행하는 차량을 검거했다. 이 차량의 운전자는 무면허 운전자로 가중처벌을 받게 됐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인근 노이다에서 현장지원을 나왔다는 교통경찰 산딥 꾸마르(Sandeep Kumar·27)는 “교통특별단속이 실시된 이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 하던 중 역주행을 하는 차량을 잡기도 했다. 그는 역주행을 하던 운전자가 무면허 운전을 하고 있다며 운전자를 강하게 다그쳤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으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교통법규를 지키라고 운전자에게 훈계했다.

밤이 깊어가면서 러시아워는 절정에 달했다. 아난드 니키탄에서 뉴델리 남쪽 네루플레이스까지 12km거리를 걸으면서 도로의 사정을 살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도로에 정차되어 있는 차량 때문에 길이 막히자 오토바이들이 인도로 올라와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자는 뒤에서 오는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넘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러시아워는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소강상태를 보였다.
인도 병목현상
인도의 도로는 심각한 병목현상을 겪고 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다음날 오후 특별교통단속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던 구르그람의 엠지로드(MG Road)로 향했다. 지하철역을 나오자마자 수많은 불법주차 차량들과 역주행을 하고 있는 오토릭샤를 만날 수 있었다. 마주오던 차량을 급하게 피하는 장면은 당장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다.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릭샤기사에게 왜 역주행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운전자는 “100m만 역주행을 하면 10분을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10분 빨리 가려다 사고가 나서 죽을 수도 있다는 기자의 걱정에는 “걱정하지마라. 사고는 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오토릭샤 역주행
구르그람 엠지로드에서 오토릭샤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 주변에 불법주차가 된 차량들도 눈에 띈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회사인 프라딥(Pradeep)씨는 역주행하는 차량들을 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역주행을 하면 도로를 더욱 혼잡하게 만들고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역주행차량도 문제지만 주변에 불법주차가 된 차량들도 문제다. 며칠 전에는 단속을 하더니 지금은 하지 않는다. 저들(오토릭샤)을 관리하려면 경찰이 필요하다”며 특별교통단속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서류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며칠씩이나 느긋하게 하는 사람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성질이 급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먼저가려는 욕심 때문에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운전자들의 교통의식을 비난했다. 아울러 “사람뿐만이 아니다. 인도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소도 한 몫을 한다”고 덧붙였다.
도로를 막고 있는 소
인도 뉴델리의 한 도로에서 소가 길을 막고 서 있어 차량의 흐름에 방해를 주고 있다. 운전자들은 소를 피하기위해 반대차선으로 역주해을 하기도 한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최근 델리에서는 도로를 막는 소를 자주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가끔 대책 없이 길을 막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들이 눈에 띄는 경우도 있다. 자리를 막고 있는 소가 수컷이라면 사람들은 몽둥이로 소를 때린다. 그러나 암컷 소가 자리를 지키면 상황이 달라진다. 소를 주위로 몰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소가 움직일 생각이 없으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인도에서는 흰색 제브(zebu)종의 암소들이 신성시 여겨진다.

엠지로드를 뒤로하고 이번 교통단속기간 중 가장 최악으로 뽑혔던 후다시티센터Huda City Centre)로 향했다. 저녁 7시가 넘어서 도착한 후다시티센터는 사람과 차량, 오토바이가 질서 없이 뒤죽박죽인 상태였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이러한 혼란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지나가는 차량과 사람들이었다.
인도의 러시아워
러시아워로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4차선은 9차선으로 바뀌였고 차량 사이사이로 오토바이가 지나가려하지만 교통체증은 더욱 심화 될 뿐이다/=정인서 뉴델리(인도) 통신원
혹시나 사고가 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1시간 가량 관찰을 했다. 사람이 차에 살짝 부딪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들 고개만 한 번 옆으로 까딱하고는 자기 갈 길을 갔다.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인도인들의 ‘노 프라블럼(no problem)’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러시아워는 심해져 갔지만 교통경찰은 나타나지 않았다.

러시아워가 이토록 심한 이유를 다시 확인해 본다면 정말 단순하게 차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로에 불법주차와 역주행을 일삼는 차량들을 포함해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오토바이, 오토릭샤 그리고 사람들과 소까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확인됐다. 단순한 교통단속으로는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보인다. 일각에서는 부족한 시민의식을 다그치는 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도로 위의 운전자와 시민들은 개선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인도경찰당국은 러시아워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 인력을 더 늘리는 한편 교통단속을 더욱 철저히 실시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시민들의 교통의식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정인서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