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는 스마트폰 목록에 애플의 ‘아이폰’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동통신사 관계자들 모두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회장님 혹은 부회장님·사장님의 프라이버시일 수도 있으니 답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아이폰의 사용자환경(UI)이 50대 이상인 최고경영진이 쓰기엔 다소 어려울 수도 있고, 갤럭시가 더 익숙하다는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침체를 거듭하던 이통시장에 그나마 온기를 돌게 한 아이폰이건만 CEO가 쓴다고는 말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입니다. 최근 이통사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말고도 중국 화웨이, TCL 제품까지 판매하고 있습니다. 외산폰 가운데 이통사들이 가장 집중적으로 판매한 스마트폰도 단연 아이폰이지요.
이통 3사는 지난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에 집중했습니다. 아이폰6 출시일엔 이통3사의 대대적인 이벤트도 열렸습니다. 밤을 새워 아이폰6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한자리에서 잘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습니다. 아이폰6를 1등으로 산 고객에겐 이통3사 경영진이 직접 기념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아이폰6에 불법 보조금을 실어서 1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는 ‘아이폰6 대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이폰6 광풍이 몰아치면서 국내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이 발표한 스마트폰 판매 순위를 살펴보면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 애플의 점유율은 41.3%까지 치솟았습니다. 전자업계에선 이 시기 이통 3사가 국내 제품 판매에는 소홀하다는 불만도 하나 둘 터져 나왔으니까요.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 CEO로서 우리나라 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대외적으로는 트집 잡힐 것이 없다”고 귀띔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사 CEO가 아이폰을 쓴다고 알려지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즘 이통3사는 중국 스마트폰까지 판매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말고도 다양한 단말이 등장해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CEO가 아이폰·Y6·쏠 중에 무엇을 쓰든 이상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