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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지고 “180도 변한 문제아들의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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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재 기자

승인 : 2014. 02. 06. 05:00

*가정폭력 이겨낸 10대부터 가족 몰래 학교다닌 50대까지
김한태 성지고 교장 /사진=정필재 기자 rush@

아시아투데이 정필재 기자 = “아직 가족들은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더 기대돼요.”

서울 성지 중·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양금숙 씨(50)는 설레임에 잠도 못잘 지경이다. 양씨는 아이들과 남편 몰래 다니던 학교 졸업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졸업식날 학교로 가족들을 초대할 예정입니다. 너무 기대돼요.”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가정폭력으로 멍든 아이들, 배움의 시기를 놓친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이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준 대안학교, 서울 성지 중·고교 학생 509명이 7일 졸업장을 받는다.

이날 졸업장을 받을 김 모군(19) 역시 아버지의 폭력에 시렸다. 김군은 이를 견디기 위해 복싱과 합기도를 배워 스스로를 지켜냈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불편한 어머니 대신 직접 일을 하며 돈을 벌어 공부했다.

김군은 졸업 후 부천대학 만화영상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며 만화가를 목표로 공부하겠다는 각오다. 김군은 졸업식에서 김성태 국회의원 모범상을 받는다.

고 모씨(22)는 아버지와 어머니 없이 누나와 함께 자란 학생이다. 학교폭력을 저질러 4개 학교를 돌아다니다 3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다.

성지고에서도 교사들에게 반말을 하거나 결석을 일삼았지만 김한태 교장 및 교사들은 관심과 사랑으로 고씨를 변화시켰다.

고씨는 2년 새 한식·중식·양식·일식 조리자격증을 모두 땄으며 훗날 호텔조리사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박 모양(19)은 3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 소아마비 1급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국가보조금외에 수입이 없어 어머니를 대신해 아르바이트를 해 가정을 이끌었다. 학교 출석이 우수한 것은 물론 백일장에서 수 차례 상을 받을 정도로 글 재주도 빼어나다는 것이 교사들의 설명이다.

동국대 경영학과에 입학 예정인 박양은 사업가가 돼 어머니를 편하게 모시는 것이 삶의 목표다.

김 교장은 “자식처럼 생각했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가니 마음 아프지만 자랑스럽다”며 “언제나 건강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학생들이 많아 이들이 진학하는 대학교에 직접 찾아가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의하는 등 사회에 첫 발을 딛는 어린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신양면으로 돕겠다”고 덧붙였다.

졸업식은 7일 오전 11시 서울 강서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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