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대 노총 등 노동계 인사들도 철도파업 사태와 관련해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철도파업 사태에 대해 연대하겠다는 의지도 확고히 했다.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철도를 가장 잘 아는 직원들이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막무가내다”며 “민영화를 막고 철도를 국민의 것으로 돌려주기 위해 최장기간 16일째 파업 중이다.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군사독재시대에도 없던 일이 발생했다.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순간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민주노총 사무실 침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전태일 동상에 묵념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등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전태일 동지의 분신과도 같은 민주노총을 침탈함으로써 전태일의 숭고한 정신을 선거에 이용하는 기만을 저질렀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노동전문가들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대 노총 관계자들은 전태일을 거론할 자격이 없는 노동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선진국 노동자들도 부럽지 않은 고임금과 질 좋은 노동환경, 그리고 노동3권을 보장받는 노동귀족이라는 것이다.
한국 노동계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또 한국 노동계의 노조 철학과 가치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호 사회디자인 연구소 소장은 7일 아시아투데이와 만나 “원래 전통적인 서구의 노조들은 산업별, 직업별로 연대해서 근로조건과 임금체계의 표준을 정하고 그 표준을 지키기 위해 기업주와 교섭하는데 한국의 노조들은 사업장별로 기업성과를 나눠먹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노조가 있는 대기업 기업들은 대부분 지불 능력이 있는 큰 사업장들이기 때문에 노동의 가치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결과적으로 지불능력이 없는 사업장의 무노조 노동자들은 이 대기업 노조들 덕분에 더 열악한 처우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결국 한국 노동시장에서 ‘수퍼갑’ 위치에 있는 양대 노총이 나머지 갑·을·병·정 노동자들을 약탈하는 구조가 한국 노동계의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노동귀족들이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희생해 간 전태일과 YH 여공 김경숙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어불설성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