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북 군산여고 학내 게시판에는 ‘고등학교 선배님들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군산여고 1학년 채자은양은 “저는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선거에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도 안녕했고, 그것이 직무 중 개인 일탈이며 그 수가 천만 건이라는 소식이 들릴 때도 전 안녕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채양은 “바로 앞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시국 미사가 일어났을 때도 또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여 철도파업이 일어났어도 전 안녕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고등학생이니까요”라고 적었다.
또한 “3.1운동도 광주학생운동도 모두 학생이 주체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일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이날 광주에서도 한 학생이 광주 북구 일곡동의 한 버스정류장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붙였다.
자신을 ‘정치에 대해 잘 몰랐고 관심도 없었던 한 고등학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내년부터 의료민영화가 되면 병원은 더이상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민간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 돼 버린다”며 의료민영화에 대한 의견을 적었다.
같은 날 오후 일곡동의 한 사거리 인근 전봇대에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붙었다.
이 글에는 ‘철도 민영화로 인한 철도파업. 그분들을 보면서 부끄럽게도 저는 안녕했습니다. 그리고 곧 의료보험 민영화.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데 몇십 만원씩 내야 합니다. 이때도 안녕할 수 있을까요?’라며 시민의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글 하단 귀퉁이에는 ‘대한민국 평범한 고2 학생’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공식 페이스북에는 지난 13일 경기 성남 효성고등학교 3학년 정현석 군이 쓴 ‘전국 고등학생 여러분들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군은 “지난 10월22일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시국선언에 동참한 청소년들을 사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주말마다 교육청 직원들이 참석 학생들의 발언과 동향을 감시하고 학생 수와 발언 내용, 배포 유인물, 팻말에 적힌 구호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학생인권조례 제17조에 의하면 학생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무시한다면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점차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자보를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서대전의 한 고등학교에도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대자보가 붙었고 중·고교생들 사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대자보 글이 빠르게 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수원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임 모군(16)은 “카카오스토리에 친구들이 고려대 대자보와 다른 지역 고등학생이 쓴 글을 공유해 처음 알게 됐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주말 내내 이 이야기만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창엽 전북참여자치연대 사무국장은 “우리는 철저하게 개인화된 사회와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대자보 릴레이는)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고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