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인근 담벽에 '조선대학교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있다. 글을 쓴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조선대 학생들에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아시아투데이 최태범 기자 = 한 대학생이 교내 게시판에 부착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정치·사회 현안을 담고 있는 대자보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파장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대자보는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인 08학번 주현우씨(27)가 작성한 것으로 철도 민영화 논란과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밀양 송전탑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대자보에서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며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학생들에게 각성을 요구하고, 정부·여당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주씨는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자보를 작성한 경위에 대해 “사회공공성 관련 문제에 대해 대화 의지 없이 너무 막무가내로 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부분에 대해 답답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자보 내용에 대해서는 ‘팩트(사실)’와 어긋난다며 사실관계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도가 높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녕 못하다’고 응답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당 지도부가 공식 회의석상에서 대자보를 언급하는 등 사회적 파급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걸 촉발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그 내용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 의원은 “첫 문장이 팩트 왜곡”이라며 “대자보를 보면 ‘어제 불과 하루 만의 파업으로 수천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이 첫 문장인데 핵심은 철도노조가 귀족노조라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도노조가 (자동승진제 등) 국민들의 상식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안녕들하지 못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빼먹은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대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것은 진리탐구인데 그 전제는 팩트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안녕들하십니까’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것을 의식한 듯 적극적인 활용에 나섰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자보 확산은 박 대통령의 불통에 대한 경고”라며 “국가기관 대선개입, 8000명 노동자의 직위해제 현실, 대통령 사퇴 주장 의원에 대한 제명추진의 황당한 상황에 대학생들이 참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는 안녕 못 합니다”라고 지지했다. 김현 의원은 ‘고대 안녕들하십니까 벽보, 대학가 확산 청년들이 움직인다’는 한 언론보도를 링크한 뒤 “안녕하셨어요”라고 물으며 안녕 못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여러 대학교에서 해당 내용에 동의하는 대자보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명 연예인들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대열에 합류하면서 이슈는 대학가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권과 집권세력이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정치권과 집권 세력이 반성해야 하고 이런 국정 기조가 이어진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도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배후에는 어려운 경제상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젊은 세대들은 사회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과거 정부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가정보원 의혹 등 과거 정권에서 있었던 일을 과감하게 털고 ‘100% 대한민국, 원칙 있는 대한민국, 신뢰를 지킨다’는 박 대통령 초심에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