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삼성2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 자유로운 시장’을 내세우면서 국가와 국민경제 성장을 강조한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5년을 거치면서 국민경제 전체의 성장은 이뤄졌지만 정작 대다수 개인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공약도 개인에 대한 공약, 사회에 대한 공약, 국가에 대한 공약 순으로 배치했다. △나의 행복, △우리의 행복, △세계 속의 대한민국 순으로 짜인 공약집이 그것이다.
박 당선인은 이런 문제의식을 기조로 ‘국민통합’,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 ‘중산층 재건’을 4대 국정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통합’은 차별도, 특혜도 없고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치쇄신’은 깨끗한 정치, 섬기는 정치, 소통하는 정치가 3대 키워드다. 기업가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과는 달리 박 당선인은 정치인 출신이기 때문에 정치 분야 쇄신은 특히 기대해볼 대목이다.
일자리와 경제 민주화를 강조한 것은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는 경제, 불공정거래가 발붙일 수 없는 경제, 좋은 일자리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경제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중산층 재건은 빚 걱정, 집 걱정, 교육 걱정, 일자리 걱정 없는 중산층이 70%가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의 공약이 실현되면 우리 사회는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에 대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공약
박 당선인의 개인에 대한 공약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라는 용어로 정리된다. 박 당선인은 이와 관련, “미래의 소중한 자산인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본인의 소질과 꿈을 키우면서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열정만으로도 원하는 분야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위기로 늘어가는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둬 집집마다 행복의 웃음이 살아나도록 하고, 어르신들에게는 건강하고 즐거운 노후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화점 나열식, 무조건 퍼주기식의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 아니다”면서 “생애 주기에 맞춰 시기별로 꼭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과연 실현가능한 정책인지를 고민하고 고민했다”며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복지정책과 선을 그었다.
◇ 계층에 대한 공약
박 당선인은 당선되면 정부가 직접 챙길 계층으로 여성, 비정규직, 이웃사촌, 장애인, 중소기업, 소상공인, 농어촌 등을 꼽았다. 그는 “결혼한 여성이 갖고 있는 임신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근로 환경을 조성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양한 차별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차별시정 제도를 도입하고 정규직 채용을 의무화해 비정규직도 활짝 웃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했다.
또 박 당선인은 “장애인과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 공약
박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국민 모두가 100%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모든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수도권 규제와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꾸준히 추진돼 왔지만, 수도권 인구 집중과 경제력 집중은 여전하다”며 “지방의 재정 자립도는 오히려 하락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격차는 확대된 반면 늘어난 복지 수요로 지방의 재정부담은 더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박 당선인은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의 패러다임을 과거의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자율성을 가지고 지역사업을 추진하도록 권한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동시에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고 지방행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 민주화
박 당선인은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서 부문 간 격차가 확대되고,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이런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경제민주화에 두겠다고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본이 시장경제였다면 박근혜 정부의 방점은 경제민주화 쪽에 있다.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를 통해 모든 경제 주체들이 성장의 결실을 골고루 나누면서, 조화롭게 함께 커가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 틀을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동반 발전하는 경제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이를 ‘행복한 경제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천명한 5년 전 이명박 정부와는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다.
박 당선인은 “세 가지 원칙 아래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첫째, 경제적 약자에게 확실하게 도움을 주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 둘째,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국민적 공감대가 미흡한 정책은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 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대기업 집단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반드시 바로 잡겠고 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를 핵심공약으로 하면서도 완급은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선거캠페인 기간 경제민주화의 전도사격인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갈등을 겪은 것을 상기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정부 개혁
박 당선인은 정부와 관련한 공약으로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부 3.0 시대’가 온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공개·공유·협력을 정부 운영의 핵심 가치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일방향의 정부 1.0을 넘어, 쌍방향의 정부 2.0을 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행복을 지향하는 정부 3.0 시대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투명정부를 만들겠다”며 “보다 많은 지식을 창조하고 축적하고 공유해 새로운 미래를 이끄는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며 “국정의 중심에 국민을 놓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와 요구를 해결하는 서비스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세금 낭비를 막고 국민대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조세수준을 결정하도록 해 국민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며 “공공기관의 책임경영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와 대비되는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화두가 세금을 적게 걷겠다는 것이었는데, 박 당선인은 이를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일
박 당선인의 외교·통일 키워드는 신뢰외교다. 그는 “새로운 한반도를 건설하기 위한 출발점에 필요한 것은 신뢰”라며 “국민적 신뢰, 남북 간의 신뢰, 국제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했다.
신뢰외교라는 키워드는 박 당선인이 미국의 유력 외교학술지 ‘포린 어페어스’ 2011년 9·10월호에 ‘새로운 종류의 한국: 서울과 평양간 신뢰 쌓기’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으면서 처음 등장했다.
박 당선인은 신뢰외교를 위한 세가지 기조를 제시했다. 첫째,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안보부터 확실히 챙기고, 나아가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여건을 만들고 우리의 대북정책도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신뢰받는 외교를 펼치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능동적 외교를 펼침과 동시에 지구촌 문제 해결도 적극 참여하겠다”며 “책임 있는 대한민국으로서 역할을 다할 때 우리는 세계에서 더욱 신뢰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행복한 통일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이 공감하고 국제사회가 환영하고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국방
국방 분야는 이번 대선 기간에 여야가 가장 공방을 벌였던 분야다. 박 당선인은 “북한은 사실상 해상 경계선인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하고 도발명분을 축적하고 있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 또한 갈등과 긴장이 높아지고 있고, 2015년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과정에서 국방태세에 공백이 생길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런 안보 상황에서 새로운 국방태세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그는 “신뢰받는 국방, 신나는 병영을 목표로 한 국방안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방경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병영을 보람 있는 시간으로 만들고 직업군인과 제대 군인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 유세였던 18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하사관 증원 등을 통해 군 복무기간을 임기 내에 18개월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