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김성미 기자 = 20년 넘게 금융권에서만 근무했던 박수현씨(53)는 이제 베트남쌀국수 전문점 2개를 운영하고 있는 어엿한 사장이 됐다.
눈이 많이 오던 지난 5일 서울 동작구의 베트남쌀국수 전문점 포메인에서 박 사장과 그의 아내 장윤숙씨(50)를 만났다.
박씨는 1960년생의 베이비붐 세대로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라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 한창인 50세에 조기은퇴를 했다.중간 퇴직금으로 주식 투자를 했던 그는 그동안의 노하우로 처음에는 이익을 봤지만 결국 손해가 나 그마저도 손을 뗐다.
“퇴직 후 1년이 넘으니 중간 퇴직금도 다 없어져버리고 대학생인 딸과 고등학생인 아들 교육비 때문에 제가 다시 일을 해야 했지요.”
결국 생각해낸 것이 장사, 창업이었다.
그는 2010년 서울 동작구에 베트남쌀국수 전문점 포메인를 개업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덕소점도 열었다.
◇주변의 얘기 경청하되 정확한 데이터가 중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 장사는 힘들다’, ‘커피전문점은 재료비가 적게 들어 수익이 많이 남을 것이다’, ‘커피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주인이 가게에 자주 나가지 않고 아르바이트생만 잘 고용해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박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국내 유명 모 커피전문점을 낼 생각을 했다.
“6개월은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어요. 그러나 본사에서 소개해주는 자리마다 마음에 와 닿지 않았어요.” 소개해준 자리 중 서울 용산구 남산의 N서울타워 인근은 관광객들이나 사람들은 많았지만 근처의 음식점이나 커피숍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긴 시간 알아보다 집 근처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기존 매장을 인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바로 직전에 장씨의 지인을 통해 인근의 다른 매장 실제 매출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매장은 장씨가 인수하는 곳보다 번화가였지만 커피숍 특성상 24시간 운영을 해도 손님 회전율이 낮았고 가게 월세가 비싸 막상 다 떼고 나면 남는 게 적었다.
그래서 베트남 쌀국수 집으로 아이템을 바꿨다."본사의 상담 및 소개도 잘 들어야 하지만 그 말만 듣지 말고 그 주변 가게들, 부동산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무엇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야 해요.”
◇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아이템과 경영
쌀국수, 월남쌈 등의 메뉴는 저칼로리의 건강식이라는 특징으로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손님의 80%는 여성일 정도로 아이템이 여성들의 취향을 잘 맞췄다면 주요 고객인 여성들의 특징에 따라 서비스를 하고 점포가 있는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경영에 중점을 맞췄다.”
물가 상승에 따라 가격을 올려야 했는데 보라매점은 주요 고객들이 직장인 여성이기 때문에 가격인상에 대한 불만도 없었고 손님이 줄지도 않았다.
덕소점은 가계 살림에 민감한 주부나 가족 단위의 고객이 많다보니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다.
◇ 부부가 한마음으로... 꿈 갖고 도전하라
“사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 아내 덕입니다. 아이템을 찾을 때, 자리를 알아볼 때 등 항상 동행해줬고 여자의 섬세함으로 제가 보지 못한 부분을 봐줬거든요. 특히 주방은 아내가 수시로 맛을 확인하고 관리해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이 제공된다니까요.”
그의 부인은 평생 주부로 살았지만 장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두려워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는 일만 했고 독서가 취미일 만큼 그동안 정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할 만큼 도전정신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