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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 시대] 케이시 이야기 ‘은퇴하기엔 난 너무 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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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솔 기자

승인 : 2012. 12. 12. 07:31

*50대에 웰빙빵으로 대박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뉴스를 보는데 팔이 간지러웠다. 별다른 생각없이 팔을 긁는데 어느 순간 목과 얼굴, 다리까지 간지러웠다. 온 몸을 긁는 나를 본 남편이 911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에 실려가면서 생각했다. 오늘 저녁 메뉴가 뭐였지? 먹은 거라곤 빵 밖에 없는데... 시끄럽게 울리는 구급차 소리를 들으며 케이시 위티(58)는 의식이 흐릿해졌다.

#"정확한 병명을 진단할 수는 없지만 음식과 관련된 알레르기 같습니다. 근데 그게.. 빵 때문인 것 같네요."
"빵 때문이라구요?"
의사는 내가 밀가루를 잘 소화시킬 수 없는 체질이고 계속 먹다간 상태가 악화될 거라고 말했다. 당황스러웠다. 40년 넘게 먹어온 빵 때문에 심한 두드러기가 나다니.. 나는 이제 뭘 먹지?

#케이시는 부엌에 서서 한참 생각했다. 밀가루로 만든 빵은 먹을 수 없지만 다른 재료로 빵을 만든다면? 인터넷에서 밀가루와 비슷한 종류를 찾아봤다. 스펠트 밀? 귀리와 비슷한 재료로 건강식에 쓰이는 재료였다. 그럼 스펠트 밀로 빵을 만든다면?

#그날 이후 케이시에게 부엌은 '실험실'이 됐다. 스펠트 밀가루는 글루텐이 낮고 프로틴이 높아 밀가루보다 훨씬 소화가 잘됐다. 식구들도 케이시가 만든 스펠트 빵을 먹기 시작했다. 밀가루빵보다 훨씬 소화가 잘되서 몸이 가벼워지고 식사를 한 뒤에도 더부룩함이 없었다. 가족들은 케이시에게 '스펠트 빵'을 상품으로 만들라고 권유했다.

#<몸에 좋은 건강식, 스펠트 빵을 팝니다.>
동네 작은 슈퍼마켓 유리창에 알림글이 붙었다. 평소 케이시가 스펠트 밀을 구입하던 슈퍼마켓 주인도 케이시의 빵 판매를 적극 찬성했다. 케이시가 만들어 준 빵을 먹어본 적이 있는 주인은 "저도 케이시 빵 팬입니다"라며 스펠트 빵을 진열대 위에 올렸다. 스펠트 빵이 뭐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면서 빵을 사갔다. 그리고 며칠 뒤, 슈퍼마켓 베이커리 코너에는 '케이티의 빵' 코너가 생겼다. 

#"엄마, 저기 나가보는게 어때?"
케이시의 딸 로렌이 텔레비전으 보다 케이시를 불렀다. 아일랜드 대형 슈퍼마켓 그룹인 슈퍼밸류(SUPERVALU)와 아일랜드 국영방송국(RTE)이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 '성공조리법 경연대회' 였다. 동네 슈퍼마켓에 내 이름을 딴 빵도 생겼는데 한 번 도전해볼까?

#"케이시 빵을 사고 싶어요."
성공조리법 경연대회 결선에 진출한 뒤, 전국에서 케이시의 빵을 사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다. 동네 슈퍼에 파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갑자기 사업을 시작하게 된 케이시는 고민에 빠졌다. 빵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계부터 전국에 배달해야하는 유통망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케이시는 지방자치단체의 기업위원회에 조언을 구했다. 기업위원회는 생산과 판매는 외주를 주고 다양한 종류의 빵 개발에 집중하면 사업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위원회의 조언을 따랐더니, 스펠트 빵은 전국 유통망을 통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케이시는 마음 편히 빵을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2011년 Great taste award 수상작은...케이시의 플랩잭입니다!"
케이시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너무 놀라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Great taste award는 영국에서 판매되는 식품을 평가하는 가장 큰 규모의 대회였기 때문이다. 케이시가 참여한 그 해에만 1600개 회사에서 7481개의 제품이 출품됐다. 350명의 전문가들이 한달이 넘게 블라인트 테스트를 해서 수상작을 정하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대회였기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케이시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50년을 넘게 살면서 '인생에 새로운 일이 남아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예전보다 훨씬 신나게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당신께 시니어 창업을 권합니다." 케이시는 다른 시니어들에게도 창업을 권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결국 내 이웃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때문입니다." 
케이시는 그녀를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가족들, 사업에 첫 발을 내딛는 그녀를 도와준 기업위원회가 있었기 때문에 더 수월할 수 있었다. "뭔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습니다. 당신의 꿈이 무엇인지 먼저 찾은 뒤 주위를 둘러보세요. 모두가 당신의 꿈을 응원할 겁니다."

채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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