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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의 호산장성 아래 북한과 한 발자국 거리에 있는 일보과(一步跨)에서 순찰을 도는 북한 군인들이 망원경으로 관광객을 살피고 있다. |
“금강산 관광객 피살이나 천안함 사건 등은 당국에서 하는 얘기만 들어서 알고, 연평도 포격 사건은 북한이 잘못했다는 걸 북한 주민들도 다 압니다.”
북한의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중국 단둥(丹東)에서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난 북한 무역대표부원들은 “김정은 체제가 되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산 파커에 모자를 깊게 눌러쓴 A씨는 “중국으로 노동자를 파견하면서 과거에는 평양에서만 보냈는데 지금은 농촌 주민들까지 보내고 있다”며 “중국에 가기 위해 윗사람들에게 달러까지 바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북한은 현재 주민들이 100% 자급자족이지만 김정일 서거 이후 처음으로 농민들에게 배급을 줬고, 평양도 전기가 공급 안 돼 20층 고층아파트를 걸어 다녀 노인들은 아예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B씨는 “주민들이 강냉이 밥이나 풀죽 먹고 살고, 행복약(잿물) 먹고 죽는 것을 간부들은 모른다”고 털어놨다.
남한 사정과 관련해 그는 “남조선 사람하면 잘 사는 걸 알기 때문에 다른 나라 수령보다 더 우러러본다”며 “남조선 상품이 집에 하나만 있어도 최고로 친다”고 말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대해 들어봤다는 A씨는 “북한에서 중장년층은 나훈아를 좋아하고, 젊은이들은 소녀시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평양 간부들 집에서는 남한 TV를 버젓이 보고, 남한 물건을 소지해도 이제는 눈감아준다는 그는 “북조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한 물건은 쿠쿠밥가마(쿠쿠압력밥솥)”라고 소개했다.
최근 남한의 선거와 관련해 C씨는 “박근혜가 고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 남한을 잘 살게 해줬고, 평양에도 다녀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당 간부들은 문재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고 위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단둥=양승진 기자 ysyay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