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고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일시 저장하기위해 저농도 오염수를 대량으로 바다에 버리고 있지만 고농도 오염수의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냉각기능을 상실한 원전의 핵연료 냉각을 위해서는 계속 물을 주입해야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흘러내리면서 고농도 오염수가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후쿠시마 제1원전의 1·3·4호기는 폭발과 화재로 지붕이 날아간 상태여서 장마철이 시작될 경우 대량의 고농도 오염수가 바다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4일 오후 고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저장할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집중폐기물처리시설’ 등에 보관하고 있던 약 1만1500t의 저농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로 결정했다.
저농도 오염수라고 하지만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131 평균 농도는 1㎤당 6.3∼20Bq(베크렐)로 법정기준(0.04베크렐)의 평균 100배이며 일부는 기준의 약 500배에 달한다. 바다로 무단 투기되는 오염수는 50m짜리 풀장 6∼7개분에 상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도쿄전력은 4일부터 5일간 오염수를 방출하기로 했다.
정부와 도쿄전력이 고농도 오염수 처리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부가 바다로 유출되면서 해역 오염을 심화시키고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 2일 2호기 취수구 부근의 전력 케이블보관 시설에 고여있는 고농도 오염수가 갈라진 균열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오염수는 시간당 1000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내뿜고 있다.
도쿄전력은 콘크리트를 치고 특수 화학흡착제는 물론 톱밥과 신문지 등 원시적인 방법까지 총동원했지만 오염수 차단에 실패했으며 유출 경로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가 흘러드는 바다에 커튼식의 펜스를 설치해 고농도 방사성 물질의 확산을 저지하기로 했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바다오염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1∼4호기 남쪽 배수구 부근의 바닷물에서는 법적 기준치의 4385배에 달하는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 원전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이와키시 앞바다의 바닷물에서도 물 1ℓ당 79.4Bq의 요오드131이 검출됐다. 이는 법정 기준치의 2배에 해당한다.
정부와 도쿄전력이 사전 예고도 없이 대량의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발표하자 원전 주변 어민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도쿄전력은 저농도 오염수가 모두 바다로 방출돼도 원전에서 1㎞ 떨어진 지점에서 생산한 수산물을 먹을 경우 연간 방사성 물질 피폭량은 0.6밀리시버트로 기준인 1밀리시버트에 미달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수산물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유통시장에서 수요가 줄고 일부 어종의 경우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바다 오염이 확산될 경우 후쿠시마현은 물론 인근의 미야기, 이바리키, 지바 등 일본 동부 해역의 어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